2014.08.26 10:05
올 해 초부터 교황 프란시스의 한국 방문을 기대하던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지난 한 주간은 참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교황님을 이곳으로 초대하기 위해 전 세계 강정친구들이 수 많은 편지를 보냈지만 이번에 그토록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육지에서 들려오는 교황님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과 귀를 계속 곤두서게 했습니다.
마을의 몇몇 활동가들은 육지로 올라가 교황님의 일정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며 먼 발치에서나마 생명평화 강정마을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을 들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했습니다.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에서 매일 같이 그 자리를 지키시는 수녀님들과 수사님들도 교황님의 방문으로서 인지
다른 때보다도 더 힘있게 일상의 투쟁에 참여하시는 듯 했습니다.
교황님의 한국 방문 이틀째 날에는 아주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분초를 다투는 바쁜 일정 중에도 교황님이 예수회 형제들을 초대해서 그들과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며 큰 격려의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강정마을에서 활동하시는 박도현 수사님과 김성환 신부님, 이영찬신부님, 김정욱 신부님들도 초대 받아 참석하셨고,
교황님은 네 분을 제일 처음으로 불러 ‘여러분은 마지막 모험을 다 채운 사람들’이라고 말하셨다고 합니다. 저희가 직접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강정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이야기를 직접 들은 듯 함께 기뻐하며 설레어했습니다.
다음 날 밝고 환한 얼굴로 김성한 신부님을 만난 우리들은 교황님이랑 악수한 손이라며 서로 만져보겠다 하기도 했습니다.
교황님의 짧은 한국 방문이 강정마을에 큰 생기를 준 듯 합니다. 집안의 일도 그렇듯 힘든 시간을 보내며 어른으로부터 격려받고 지지받는 것이 필요하듯,
이 크고 긴 투쟁에서 우리들에게도 그런 격려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한 편 강정마을의 일상은 늘 그렇듯 성실하게 또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간 굵직한 행사들을 잘 치루고 났더니 더위도 한 풀 꺾였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 훈련소로 간 동원은 잘 지내는 지 궁금해지네요. 중국에서 진행되는 동북아시아 평화훈련코스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에밀리도
다음 주면 다시 마을로 돌아옵니다. 정주는 뜨겁고도 바빴던 한 여름을 보내고 천천히 일상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제주생활을 정리하고 육지로 향할 샘도 남은 시간을 강정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밤마다 매미가 마지막 여름을 향하는 듯 온 힘을 다해 울어댑니다. 강정의 여름도 이렇게 흘러가네요.
기도제목
1. 훈련소에서 4주 간의 군사훈련을 받는 동원이 무사히 훈련을 잘 마칠 수 있도록
2. 제주 강정마을에서 지난 2년 반 정도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파코와 실버가 이 시간을 의미있게 잘 보낼 수 있도록
3.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강정마을에 가을의 기운처럼 풍성하고 수확하는 일들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