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원 지사의 제안인 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강정마을회에서 받아들이느냐입니다. 9월 30일 치뤄진 주민임시총회에는 100여명의 강정주민들이 왔고, 강정지킴이들 상당수가 자리에 함께 햇습니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했습니다. 원 지사의 제안을 덜컥 받을 경우 8년여에 걸친 해군기지 반대 투쟁 동력이 급속도로 사그라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게다가 진상규명위원회의 역할과 할 수 있는 사업 범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반면에 진상조사를 하루빨리 해야 마을주민들의 명예회복이 되고, 강정마을이 지금 상태에서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의견이 팽배한 상황과 진상조사 내용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이 날 결정은 유보되었습니다. 대신 찬성과 반대 그리고 전체 토론회를 거치고 난 후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해군기지 결사반대를 외쳤던 강정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진상조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상조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서로 다른 것 같아 잦은 마찰들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9월 27일과 29일은 강정마을과 함께한 천주교에게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9월 27일에는 강정평화사목센터 기공식이 있었는데, 앞으로 천주교가 안정적으로 강정에서의 사역을 하기 위한 건물이 조만간 세워질 예정입니다. 9월 29일은, 평화의섬 천주교 연대가 만들어진 지 3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미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많은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신자들이 참여하셨고, 공사장 정문은 북새통을 이뤄 경찰들이 통제가 더 심해진 상황에 문정현 신부님은 미사시간을 보장해달라는 호소를 하기로 했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생명이 무르익어 열매 맺는 것처럼, 마을과 마을 사람들 모두 열매를 맺어 갑니다. 그것이 맛 좋든, 맛 없든, 병들든, 그냥 떨어져 버리든 이 모든 게 열매입니다.

[기도제목]

1.  진상조사 결정을 앞두고 서로가 지닌 생각의 차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마을 구성원들 모두가 서로와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순간들을 귀하게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강정 지킴이들의 삶이 마을에서 안정되기 바랍니다. 주민과 주민이 아님을 가르지 않고, 사람답고 사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3.  제주공동체가 앞으로 걸어야 하는 길에 비전, 열정, 사랑 등 부족한 것들이 채워지길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