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식 전합니다.

열흘이 넘는 육지 행을 마무리하고 호수는 강정마을로 돌아왔습니다. 한 시간 비행기면 왔다 갔다 하는 멀지 않은 거리지만 여전히 뭍과 섬의 바람과 기운은 다른 듯 합니다. 호수가 마을을 비운 사이에도 강정은 많은 일상의 기적들과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10월 8일부터 한 주간은 우주의 군사화를 막기 위한 국제 항의주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주제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우주기지 전쟁(경쟁)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위험으로 여기고 이에 반대하는 운동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에 올 해 봄 제주우주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항공우주전시장으로 특히나 어린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내부 전시장에서는 ‘우주기지, 우주경쟁’ 등의 단어가 안내판에 자주 언급되고 있고 이라크 전쟁과 세계대전에 사용되었던 항공기 모델을 전시해두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시뮬레이션 코너에 게임을 통해 실제 조종사가 되어보고 타깃을 정해 조준해보는 게임까지 해볼 수 있는 코너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짧은 영상에서 언급된 내용이었는데, 냉전시대가 우주시대로의 진보를 이끌었다는 터무니없는 연관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강정마을 국제 팀에서는 우주 평화 주간을 맞이해 이 박물관에 가서 ‘전쟁은 게임이 아닙니다’라는 메시지가 쓰여진 배너를 들고 전시장 한 가운데서 사진을 찍고 또 학부모들에게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전쟁을 학습 받고 있다는 내용의 전단지와 전쟁게임 대신 아이들의 평화의 바람개비를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이런 주제로 처음 있는 공동행동이었는데 긴장했지만 멋진 팀워크로 성공적으로 잘 치렀습니다.

이 주간에 육지에서는 생물성 다양성 총회가 평창에서 열렸습니다. 국내 시민 단체 네트워크 그룹과 함께 강정마을에서도 하루 일정을 함께 했습니다. 평창에 고급 리조트에서 진행된 이번 총회는 유엔 행사라고 알려졌는데 보안과 통제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행사장 주변에 온통 경찰들이 배회하고 유엔경찰도 검색대와 행사장 곳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팀에서는 준비한 연산호/붉은발말똥게/돌고래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다가 유엔경찰에게 제지를 당하고 결국 행사장을 떠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통제와 표현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경험은 그곳에 있던 활동가들 모두에게 굉장히 불쾌하고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시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한 편 강정마을은 계속되는 내부앓이를 통해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해군기지건설공사는 가시적으로 큰 진척상황을 보이고 있고 강정의 일상의 투쟁에 함께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이 가까운 미래에 어떤 모습을 담게 될 지는 모두 우리의 마음에,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희망을 쫓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희망이 되어 라는 친구의 조언이 귓가에 계속 맴도는 요즘입니다. 

기도나눔

1.    이번 수요일(15일)에 있는 원희룡도지사와 강정마을진상조사 관련 간담회에서 마을사람들이 과정 상에서 효력과 이후의 영향력에 대한 제대로 된 사실과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2.    강정의 일상의 투쟁 가운데 작은 기적들이 이 마을의 평화를 지켜주기를

3.    오늘(13일)부터 12일간 감옥에서 노역을 사시는 최성희 선생님의 건강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