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7 13:58
귤 수확시기가 됐습니다. 마을은 단풍으로 물든 게 아니라 탱글 탱글 영근 노란 귤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마을 어디를 가도 귤이 놓여져 있습니다. 상품으로 팔 수 없는 귤을 먹으라고 마을삼촌들이 갖다 놓으셨습니다.
진상조사 추진건과 관련해 한 차례 폭풍이 지나자마자 또 다른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강정
포구 가는 길에 뭔가 공사가 진행되는 것 같더니 며칠 사이에 군 관사 부지로 향하는 트럭이 부쩍 늘어난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펜스를 쳐놓고 해군은 이미 공사 시작을 다 준비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마을대책위
회의를 가졌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 마을회장님과 마을 어르신 그리고 지킴이들은 평화센터 앞 도로와 군 관사 부지 정문을 막았습니다. 급기야 경찰들이 평화센터 앞까지 몰려왔고 김성환 신부님은 몇 차례 끌려 나오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그 때부터 매일 밤낮으로 평화센터 앞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 지 짐작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군 관사가 들어오면 마을 풍경은 완전히 달라지고 강정마을은 서서히 기지마을로 변모되어
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군관사도 군기지도 강정초등학교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강정의 미래가 아주 밝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한편 부당한 벌금에 맞서 노역을 선택한 최성희 선생님은 12일간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나오시는 날 자정이 될 때까지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제주교도소 밖에서 벗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재회의 순간은 늘
가슴이 뭉클하네요. 같은 날 성희 선생님이 지냈던 방으로 젊은 활동가 한 명이 또 다시 감옥 행을 택했습니다. 그 친구가 왜 감옥에 가야만 하는 지 저는 여전히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그
친구가 감옥에서 보내야 할 시간들은 우리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동원, 에밀리의 육지 일정이 마무리가 되고 드디어 일요일 밤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집 주인 삼촌은 귤 따다 가져가라 몇 번을 이야기 하셨는데 여유를 마련하지 못한 호수는 어제 한 바구니 가득 귤을 갖다 주신 주인 안 삼촌께 얼굴을 들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강정의 가을도 깊어갑니다.
기도제목:
1. 감옥에서 노역을 살고 있는 젊은 활동가 친구가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 받고 또 그 노역 기간 동안 그의 영혼이 상하지 않기를
2. 군 관사 공사 강행에 맞서는 마을 사람들과 활동가들의 투쟁이 헛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