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8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1.04.18 13:46

개척자들 조회 수:1914

 

제주의 사월은 노란 유채꽃과 4.3의 붉은 슬픔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 저희 앞에 놓여지는 것 같습니다.

평안을 감히 묻습니다.

 

지난 주에는 제주로 내려 온 중에 가장 역동적인 한 주를 보냈습니다. 그 전주 수요일 양교수님이 연행된 이후 지난 주에도 강행되는 공사를 반대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직접 몸으로 막는 일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정신 없이 들이 닥치는, 바다를 매립하게 될 평면 삼발이를 찍어내는 철제 골격, 레미콘 차량들, 흙과 모래를 실은 대형 차량들과 구럼비를 깨뜨리는 굴삭기와 포크레인을 막아내는 방법은 여기 작고 힘없는 무리들에게는 그저 몸으로 막아 서는 것뿐입니다. 덤프트럭 앞에 서고 포크레인 앞에 앉고 작은 확성기를 통해 설득하고 하는 일들을 전도사님이 마을주민들과 개인 평화 활동가와 함께 계속하고 계십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건설업체 사람들의 무리한 저지로 결국 지난 주 수요일에는 병원에까지 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당일에 퇴원하실 수는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이 날이 생일이었던 전도사님께는 생애에 잊지 못할 최고의 생일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조촐하지만 저녁에는 중덕사(구럼비에 세워진 천막)에서 사람들이 고깔 모자도 씌어 드리는 깜짝 파티를 열어 드리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받는 소박한 축하가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3 건설 공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하는 박윤애.jpg 윤애는 공사장 정문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면서 양교수님의 단식과 연행 과정 중 발생한 경찰의 폭력 사용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 작은 친구가 4.5미터가 넘는 높이의 펜스 앞에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골리앗 앞의 다윗 같아 보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 맷돌 다섯 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이 옳지 못하다라는 사실 하나뿐입니다. 회사측과 경찰, 정보과 형사들이 사진 찍히고 비디오 찍히고 하는 일들은 다반사인데 부산에서 왔다는 공사 관계자와 이야기 중 윤애에 대해 한국 최고의 동티모르 번역가라는 사실을 리스트에서 읽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에 대해 모르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막걸리 두 잔에 얼굴이 홍조로 달아 오르며 비틀거리는 윤애는 강정마을의 귀염둥이 마스코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도라는 돌아오는 부활 주일 평화의 섬 제주, 국제 마라톤 대회 10km 연습을 나름 하고 있고 낮에는 주로 구럼비를 헤매며 붉은발 말똥게층층고랭이’, ‘돌고래를 찾아 다니며 강정마을을 구원할 나름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정말 구럼비는 살아 있다는 사실에 어느 날은 콘크리트에 덮어 버릴 구럼비를 생각하며 바다에 앉아 엉엉 울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요즘 늘어나는 것은 주량과 몸무게, 욕지거리뿐 이네요.

 

이런 저런 혼란 속에도 드디어 안정된 숙소를 마을 분께 제공받아 지난 토요일 이사를 했습니다. 방 세 개, 부엌, 욕실 겸 화장실에 다용도 공간까지 갖춰진 제법 근사한 곳입니다. 인터넷과 전화도 깔고 이 곳에서 정말 개척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외로운 싸움에 지쳐가는 강정마을 분들을 잘 섬겨 드리기를 희망해 봅니다. 하루 30명의 청년들과 함께 공사를 막자는 전도사님의 꿈과 더불어 말입니다.

 

어느 날은 아무도 모르게 두고 가신 라면 한 박스, 일회용 커피믹스, 김을 발견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찡했는지 모릅니다. 밥 챙겨먹으라고 김치며 쌀을 건네 주시는 백발의 어른들을 보면서 저희들은 이 곳에서 새로운 종교적 성스러움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생명평화결사의 토요 평화 마당에 야생초 편지황대권 선생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동네를 누비며 방송해 드린 대가로 2만원을 벌기고 하면서 저희들은 나름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동료들과 함께 강정교회 예배에 참석해서는 예수님은 어디 계실까?’하는 질문에 바로 종환 삼촌과 고선생님, 승희 언니와 민수, 양교수님과 함께 계신다라는 생각이 따라 오는 걸 보면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저희를 위해 계속 기도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와서 이 분들과 함께 해 주십시오.

 

1 구럼비 중덕사의 밤.jpg <기도제목> 

 

1.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옥중 단식 13일째인 양윤모 선생님을 위해서

 

2. 세상 권세와 맘몬 신 앞에 당당히 맞서 정의를 말하고 평화를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시기를

 

3. 강정마을의 갈등의 상처가 씻은 듯 사라지고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아 회복될 수 있게 되기를

 

                                                                                               - 중덕 바다앞 중덕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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