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껴안기 국민행동을 시작하며


 

“강정을 제발 살려줍서”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살아 숨쉬는 바위, 구럼비에 깃든 뭇 생명들이 간절히 외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이 생명과 평화의 외침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구럼비로 갑니다.
범섬을 바라보고 길게 누운 생명 바위, 그 나지막한 들숨과 날숨을 자장가 삼아 고요히 잠을 청할 것입니다. 그 검은 육신이 전해주는 따뜻한 온기, 기 깊은 속을 실핏줄처럼 흐르는 용천수의 맥박을 두근두근, 가슴으로 느끼고 어루만질 것입니다.
설문대할망의 배꼽, 할망물에서 용솟음치는 신령한 물로 우리의 피를 맑게 정화할 것입니다. 구럼비에 숨어있는 모든 옹달샘에 인사하고 바다로 향하는 실개천의 흥얼거림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붉은발말똥게와 숨바꼭질하고 연산호와 춤추며, 돌고래와 더불어 자맥질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기어이 수천 수만 년을 거기 깃들어 살아온 모든 생명들을 힘껏 껴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합니다.
우리는 강정마을 주민의 평화의 외침, 간절한 비폭력의 절규를 절대 외롭거나 고독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대체 외부세력이란 누구입니까? 강정마을 주민이, 제주도민이, 그리고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바로 우리 국토의 주인이자 정부를 창출하는 유권자이며 국가를 지탱하는 납세자입니다. 우리가 선출한 정부가, 우리의 이름을 팔아, 우리가 낸 세금으로 강정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 수대에 걸쳐 누려온 천혜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항의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해군과 정부는 이 문제의 당사자인 주민들과 진지하게 대화하기보다 흡사 작전하듯이 절차를 조작·왜곡하고, 공권력을 이용해 주민을 겁주고 이간질하는 데 치중해 왔습니다. 제주도 환경보호 체계의 근간인 절대보전지역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해제되고, 환경영향평가도 기지 건설 목적에 꿰어 맞추었습니다.
해군은 국가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만 반복하며, 평화의 섬 제주에 미 핵항공모함과 미사일 방어용 이지스함이 드나들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충분하고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해군이 말하는 수송로 보호는 해경의 몫입니다. 군함이 군함을 부르고, 미사일이 또 다른 미사일을 부르는 새로운 냉전의 악순환이야말로 진정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제주는 냉전과 대결의 섬이 아닌 생명·평화의 섬이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제주 해군기지 사업은 원점재검토, 전면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공사를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합니다.
강정주민과 시민단체를 상대로 정부와 해군, 검찰과 경찰의 민형사상 처벌 수위가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구속자 수는 점점 늘고, 마을주민들이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과 벌금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습니다. 정부·해군·검찰·경찰은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처벌하기 이전에 공사 업무 자체 즉 해군기지 사업 자체가 절차적, 내용적으로 타당한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또 주민의 반발이 점점 커지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겸허히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야5당의 권고대로 공사강행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7대 종단의 권고대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민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대화 대신 휘두르는 공안의 칼날을 거두어야 합니다.
이 정당한 외침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우리는…
강정마을을 집중 방문할 것입니다. 평화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평화버스를 타고 강정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다가오는 주말 9월 3, 4일 제주의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문화 행사 ‘구럼비 난장’을 펼칠 것입니다. 평화비행기, 평화버스는 이번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강정마을 주민이 겪는 고통에 동참할 것입니다. 공권력이 주민들에게 민형사상 배상액과 벌금을 매길 때 우리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신해 벌금을 모을 것입니다. 후원행사도 열고, 법률자문단을 두어 법률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돈으로 지식으로 그리고 마음과 몸으로 이들의 투쟁과 고통에 동참할 것입니다.
우리의 연대는 강정의 고통이 끝나는 날까지, 강정마을에 다시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나라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2011. 09. 01
평화비행기 기획단, 제주강정마을회, 제주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평해 출정식 및 기자회견 관리자 2023.04.21 267
433 [제주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문 1] 구럼비를 살리기 위한 생명의 연대, 평화의 순례는 계속됩니다. 개척자들 2011.09.04 3033
432 강정마을, 지사·의장에게 '절대보전지역 해제 직권 취소' 요청 도라 2011.01.04 3029
431 [2011년 6월 20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1.06.20 3019
430 제주해군기지 불법적 공사를 즉시 중단해 주십시오! 윤애 2011.04.10 3004
429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 취소해달라" 강정마을회, 도의회에 요청서 제출…"실체적ㆍ절차적 하자 많아" file 도라 2011.01.04 2997
428 [전국대책위] 문화재청과 해군의 부분공사 승인 및 시행은 법적 근거 없어 위법한 해군기지공사 즉각 중단하고 정밀 발굴조사 확대하라 개척자들 2011.09.16 2984
»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 '구럼비 껴안기 국민행동 취지 및 사업설명, 호소문' 개척자들 2011.09.02 2978
426 제주해군기지 어제 이야기 입니다 윤애 2011.04.19 2972
425 [제주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 강정마을 강경진압과 무더기 연행, 구럼비 폐쇄 규탄 기자회견 개척자들 2011.09.04 2954
424 강정마을 앞바다 서식하는 생물들의 동영상 윤애 2011.01.27 2944
423 정의가 승리하는 꿈을 꿉니다. (2011년 3월 27일 중덕 바다에 띄우는 편지)| file 송강호 2011.04.01 2942
422 오늘 제주지사 광주고등법원 강정마을해군기지 관련 공판에 대한 성명서 개척자들 2011.04.06 2942
421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구럼비 껴안기 국민행동 선포식과 평화비행기 1차 사업 설명'을 위한 서울과 제주 합동 기자회견 개척자들 2011.09.02 2892
420 [강정광고모금] 멈추자! 해군기지건설을! 모이자! 강정마을로! file 개척자들 2011.06.23 2872
419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 '7대 종단 수장 공동 호소문' 개척자들 2011.09.02 2841
418 사진으로보는 강정이야기..어제 소식이예요 윤애 2011.04.21 2805
417 최성희 선생님의 블로그 입니다 윤애 2011.01.31 2784
416 제주4.3평화공원 홈페이지 도라 2011.01.17 2775
415 강정마을 이야기 II (2011.3.9) file 윤애 2011.03.09 2773
414 사진으로 보는 오늘의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 윤애 2011.04.15 2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