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6 10:25
공평해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개척자들이 2007년부터 해상훈련을 해왔던 술라베시 섬의 루아오르 마을에서 편지를 드립니다. 어제까지 팔루 지진으로 인한 피해지역을 돌아보고 이곳에는 아침 새벽에 도착하였습니다. 팔루는 지형상 츠나미가 발생하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또 츠나미가 일어난 지난 9월 28일 팔루 해변가에서는 1000명 이상이 참가한 전통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컸었습니다.
개척자들은 팔루 지역에서 산악 쪽으로
두시간 정도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한 셀루아 지역을 돕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셀루아 마을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이 나고 그 수습을 하기도 전에 홍수가 났습니다. 다리가 너무 짧고 낮아서
떠밀려온 통나무들이 막히는 바람에 강물이 마을을 덮친 것이었습니다.
개척자들은 인도네시아의 3R과 또 현지 청년단체들과 협력해서 어린이들을 돌보고 지진피해 복구를 하는 일에 참여 했었습니다. 사하자와 로미, 아미와 두 명의 술라베시 청년들이 저와 동행하였는데 마을 주민들은 지난 시간을 함께 했던 사하자를 따뜻하게 맞이했습니다. 그 온기에서 이들과 긴급구호팀과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전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 셀루아 마을을 방문하였지만 기왕에 찾아온 김에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놀이도 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는 한국의 어린이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선물주머니를 남북평화재단을 통해 전달 받아서 지진과 홍수로 동급생과 가족들을 잃은 어린이들에게 위문품으로 전달해 주었습니다.
팔루까지 갈 때는 우여 곡절 끝에 38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할 수 있었고 오늘은 꼬박 12시간이 걸려 루아오르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차는 덥고 좌석은 좁아서 무척 불편한데 그 가운데서 잠까지 자야 하는 이 고생스런 길을 사하자는 6번이나 왕복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길을 오가며 개척자들이 2000년부터 동티모르에서부터 시작했던 고생스러웠지만 아름다운 의미를 담고 함께 했었던 수 많은 여행길들에 대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켰던 여행길에서의 대화들도 떠올랐습니다. 지금 개척자들에 함께하는 젊은이들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우리에게 그 때 나누었던 희망이 사그러지지 않는 한 다시금 그 열정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부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공평해를 항해하기 위한 배를 일본의 후나바시에서 살고 있는 노구치 신이치라는 분에게서 사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야후 경매에서 500여 만원으로 낙찰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500만원은 말도 안되는 가격인데 연습용으로라도 하루 빨리 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구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낙찰은 되었지만 송금이 안되어 결국 일본 고베에 살고 있는 옛 개척자들 볼런티어였던 타쿠마의 도움을 빌어 송금을 하게 되었고 선박 등록도 일단 타쿠마 이름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배가 오키나와를 항해할 때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것이 유리할 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타쿠마가 이 배를 새로 등록하고 검사하고 배에 필요한 기본 장비를 장착하는 일까지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해서 감사 합니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일본과 타이완의 옛 Frontiers동료들을 공평해 프로젝트에 동참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기도제목:
1. 셀루아 마을이 하루 속히 지진과 홍수의 피해를 극복하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2. 일본 후나바시에 계류 중인 새 요트를 잘 인수해서 안전하게 한국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3. 한 때 동티모르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동고 동락했던 옛 개척자들 멤버들과 이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다시 뭉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