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31 14:30
강정마을에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습니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하며 마음 졸이던 일들이 조금은 분명한 확신으로 눈 앞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빛이라 하더라도 어두움을 몰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정말,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마음이 실린 기도 부탁 드립니다.
제주국제평화캠프를 마치고 주초에는 이런저런 정리하는 일들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볼 때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2일 가처분 심의 마지막 날을 지내면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를 가지고 모두들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24일 공사금지 가처분을 반대하고 ‘구럼비를 지키자’라는 내용으로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구럼비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구럼비와 함께 살고 지키자는 취지로 다음 주를 강정마을 집중 방문의 주간으로 잡고 9월 3일을 집중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육지에서 평화의 비행기가 오고 또 제주도 곳곳에서 평화의 버스가 온다고 합니다. 모인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해군기지 예정 부지를 둘러싸는 시간에 구약 성경에 나오는 무너져 내린 여리고성의 기적이 동일하게 일어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행사를 마치고 강정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원이와 다우리와 함께 점심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또 현장으로 돌아가는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마을을 가득 채웠습니다.
저는 집에 있다가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공사장 입구와 사업단 본부 입구에는 경찰, 전경들이 마을 분들과 얽혀 있었고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저는 어리둥절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전에 기자회견을 하려고 지나다가 대형 거중기가 놓여 있는 공사장 입구 쪽에 평소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듯해서 순간 불안해 했는데 역시나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두어 달 넘게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상황을 보니 국방부 기자가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일종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상대로 도발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강동균 마을 회장님과 우리 할망궁 주방장이신 종환 삼촌, 평통사 이종화 선생님이 크레인의 바퀴에 잠시 올라 앉았는데 이미 대기하고 있던 서귀포 경찰서 경찰들이 업무 방해 현장범으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저항하며 막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동원이는 강동균 회장님을 이송하는 차량을 막고 그 위에 올라가 특수공무집행범으로 현장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체포 연행되어 이송하려는 차량을 마을 분들이 차량으로 막으며 자정까지 버텼지만, 중재하는 분들의 노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경찰을 중재 약속을 지키지도 않은 채 6명 연행 자 중 3명을 풀어 주고 3명은 구속을 결정해버렸습니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 착하고 착한 청년 동원이를 가둬 버린 공권력은 어떤 권위도 정당성도 시민들에게 얻지 못할 것입니다.
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겨버린 경찰과 검찰은 영원히 신뢰를 잃어 버렸습니다. 하나님의 눈동자가 지금, 강정에 필요합니다.
[기도제목]
1. 지난 24일 연행 구속 수감중인 이들의 심신의 건강을 위해. 조속히 이들이 석방될 수 있게 되길 (강동균, 김종환, 김동원)
2. 개척자들이 비폭력과 정의가 승리하리라는 믿음으로 담대하게 강정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할 수 거할 수 있도록
3. 해군기지 공사 계획이 백지화되도록.
4. 강정마을의 평화와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5.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와 평화가 강정마을을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