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비행기] 구럼비 평화 순례 선언

2011.09.04 16:44

개척자들 조회 수:3235

구럼비 평화 순례선언

 

파도 소리가 들리시나요? 수천수만 년을 살아온 생명들의 자맥질 소리가 들리시나요?

수십 년을 바당에서, 곶에서 살아온 강정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던 구럼비의 모든 생명과 주민들의 외침이 날마다날마다 들렸습니다. 우리를 이대로 살게 해달라는 절규가 우리를 이곳 제주에, 법환 포구에, 일강정 바당올레에, 구럼비에 불러들였습니다. 무력으로 누군가를, 무언가를 정복하겠다는 탐욕은 전쟁을 불러오고, 평화를 깨는 일임을 우리는 알기에 구럼비 평화순례길에 올랐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강정주민과 생명들이 살아온 일상의 소박한 삶조차 쉽게 깨지는 살얼음판이 될 것임을 알기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것을 알기에 그동안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왔습니다. 해군기지건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은 채 날치기로 의견수렴절차를 밟았고, 강정은 제주도절대보전지역에서 정당한 이유도 없이 해제되었고, 환경영향평가도 순 엉터리였습니다. 그리고 마을공동체를 깨뜨렸습니다. 그래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원점에서 검토하자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얘기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해군은, 경찰은,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4년 3개월, 참으로 긴 시간입니다. 이제야 달려와 미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연산호와 붉은발 말똥게를 품은 구럼비를 껴안고, 경찰폭력에 다친 주민들의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으려 합니다. 파도가 구럼비로 달려와서 부서지고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도 이내 다시 자취를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들의 평화순례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구럼비를 지키는 것, 강정을 지키는 것이 평화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번 순례에서 우리는 구럼비를 정말 껴안고 싶었습니다. 햇살에 달구어진 뜨거운 몸이라도, 흐린 날씨에 차가워진 모습이라도 안기도 하고 앉고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박한 우리의 순례조차도 경찰은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9월2일 새벽 육지경찰을 동원해 펜스를 치고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을 연행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얼마나 눈물이 났을까요? 말로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마음으로 느낍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구럼비를 보며 순례를 하지 못하더라도 꽉 막힌 펜스를 보며 순례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들의 순례가 이어지고 이어져 펜스가 사라지고 구럼비와 쪽빛 바다를 볼 때까지 말입니다.

 

우리의 발걸음은 자신과 이웃과 평화와 생명에 다가서는 순례이며, 이 순례가 평화를 부를 것을 압니다. 밝은 태양아래서 보이지 않는 낮은 빛깔 생명의 목소리를 지키는 것이 평화이며, 누구도 함부로 평화롭게 살 권리를 빼앗지 않도록 함께 굳건히 어깨를 매는 연대가 평화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폭력과 전쟁과 탐욕이, 이곳 제주에서 나갈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011년 9월 3일

 

구럼비 평화 순례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평해 출정식 및 기자회견 관리자 2023.04.21 267
373 [2011년 8월 1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1.08.03 2591
372 [힘내라! 강정!] 제 2차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촉구 전국 시민 행동의 날 file 개척자들 2011.08.03 1989
371 [2011년 8월 8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1.08.08 1789
370 [2011년 8월 15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1.08.15 2133
369 [2011년 8월 22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1.08.22 2093
368 [힘내라! 강정!] 제 3차 시민 방문의 날 "놀자! 놀자! 강정에서 놀자!" file 개척자들 2011.08.23 2162
367 [제주전국대책회의 성명] 경찰과 검찰은 연행한 강정 마을회장 등 5명 주민/활동가들을 즉각 석방하라! 개척자들 2011.08.26 2231
366 [제주전국대책회의 성명] 제주 강정마을회장 구속은 무력진압의 신호탄 개척자들 2011.08.29 2361
365 강정의 평화와 인권을 짓발지 마라! [제주강정마을 강경진압 부추기는 공안대책협의회 규탄 기자회견] 개척자들 2011.08.29 2391
364 [2011년 8월 29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1.08.31 2322
363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구럼비 껴안기 국민행동 선포식과 평화비행기 1차 사업 설명'을 위한 서울과 제주 합동 기자회견 개척자들 2011.09.02 2892
362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 '7대 종단 수장 공동 호소문' 개척자들 2011.09.02 2841
361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 '구럼비 껴안기 국민행동 취지 및 사업설명, 호소문' 개척자들 2011.09.02 2978
360 [제주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 강정마을 강경진압과 무더기 연행, 구럼비 폐쇄 규탄 기자회견 개척자들 2011.09.04 2954
359 [평화비행기 인사] 군홧발에 다친 강정과 함께 하고자 평화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개척자들 2011.09.04 3429
» [평화비행기] 구럼비 평화 순례 선언 개척자들 2011.09.04 3235
357 [제주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문 1] 구럼비를 살리기 위한 생명의 연대, 평화의 순례는 계속됩니다. 개척자들 2011.09.04 3033
356 [제주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문 2] 제주의 기원과 역사성 보여주는 문화유적 훼손하는 해군기지공사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개척자들 2011.09.04 3123
355 [제주전국대책회의 기자회견문 3] 문화재 발견 시 공사중지를 규정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군은 즉각 해군기지건설공사를 중단하라. 개척자들 2011.09.04 3279
354 [전국대책위] 문화재청과 해군의 부분공사 승인 및 시행은 법적 근거 없어 위법한 해군기지공사 즉각 중단하고 정밀 발굴조사 확대하라 개척자들 2011.09.16 2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