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4.03.03 13:16

개척자들 조회 수:1337

강정의 하루는 참 성실하게 채워집니다

꾸미기_매일같이 드려지는 생명평화백배.JPG

아침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정문팀에서는 생명평화백배를 위한 준비를 합니다. 한 두 사람씩 백배를 위해 모이기 시작합니다. 11시가 되면 어김없이 매일 가톨릭 미사가 열립니다. 한 시간 정도 제법 긴 시간이지만 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수녀님과 사제 분들의 목소리가 마을 어딘가에서 농사일 하거나 다른 일 하며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힘이 됩니다. 아 이들이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마을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미사가 끝이 나면 문정현 신부님의 강정아의 노래가 인간 띠잇기 행사의 시작을 알립니다. 방문자나 지킴이 중에 자원자가 있으면 노래 한 두 곡이 더 이어집니다. 그리고 신나는 강정 마약 4종 댄스! 처음 추는 사람도 흥에 겨워 몸을 마구 뒤 흔들게 되는, 마음의 기운이 쭉 빠진 날도 이 춤 한 번 추고 나면 다시 기운이 솟는 바로 그 춤! 그리고는 종환 삼촌과 독도님이 정성스레 준비한 잔뜩 차려진 점심상을 향해 삼거리 식당으로 갑니다. 커다란 밥통 두 개와 커다란 국솥 하나 채식하는 이들을 위한 멸치도 안 들어간 작은 국솥 하나 그리고 맛난 반찬들까지. 차려진 상에 숟가락 젓가락만 챙겨 먹을 수 있게 해주시는 분들께 그저 감사 드릴 따름입니다

꾸미기_공사단 정문 앞에서 진행된 4.3사건을 기리는 집단무.jpg

이제 반나절 이야기 밖에 못했는데 벌써 반이나 채워졌네요. 강정의 하루가 이렇게 성실하게 채워질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매일같이 그렇게 해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그곳에서 그 일을 하고 있을 거야 하는 그 든든함, 고마움이 서로에게 전달되어 이 싸움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한 주에도 여러 만남들과 모임들이 있었습니다. 화요일에는 박근혜 정권 1주년 국민 총파업 집회가 제주시에 있어 강정마을에서도 사람들이 가서 함께 참여했습니다. 수요일에는 마을 정기 총회가 열려 전 강동균회장의 2013년 보고와 정리 그리고 신임회장의 2014년 사업 계획 나눔이 있었습니다. 지난 7년 간 애써 일하신 강동균 회장님께 그 간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박수를, 그리고 조경철 신임회장님께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응원의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참 이 날 오후에는 세기모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시는 박규환 목사님이 강정에 왔습니다. 저희와 함께 저녁 식사도 하고 다른 모임에도 함께 하셨습니다. 내려 온 지 얼마 안된 저에게 육지에서 온 친구라 얼마나 반갑던지요!

꾸미기_많은 이들의 수고에 의해 2년간 발행되는 영자신문.jpg

목요일에는 영자신문 발송이 있었습니다. 지난 2년 간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전세계 강정 친구들에게 보내지고 있는 강정마을 소식. 이번에 새로 바뀐 디자인이 우여곡절 끝에 인쇄되어 도착했습니다. 편집장 일을 하는 파코가 몸과 마음 많이 썼습니다. 산돌학교에서 파코와 실버 강의를 듣고는 2 3일 강정에 온 학생들의 도움으로 발송 작업을 잘 마쳤습니다. 이 날 저녁에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개신교 생명평화예배가 있었는데 이 날 한세대 신학생 친구들과 IVF 산돌학교 친구들의 특송으로 모임이 더 풍성했습니다.

꾸미기_옛샘터를 생각나게 하는 민수윤애의 보금자리 방문.jpg

금요일 오후에는 저희 함께 양윤모 선생님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하얀 백발의 맑은 표정을 지닌 모습을 하고 나타나셨습니다. 한 달 만 더 잘 견디십시오. 이제 곧 밖에서 해후할 날이 다가 옵니다. 이 날은 제주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오자마자 서둘러 강평이네 집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민수와 윤애의 보금자리를 처음 본 빛나는 호수는 보는 곳마다 탄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양식조리자격증의 소유자의 민수의 스파케티 솜씨는 정말 제법이었습니다

꾸미기_WDS_9920.JPG

3 1일 토요일, 명백히 휴일이었지만 만남은 계속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평화센터에서 비아트리오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제주 일정 중에 리더인 이주희님의 강정과 개척자들에 대한 애정과 우정이 이곳에 발길을 닿게 했습니다. 1시간이 넘는 공연이었는데 객석이 많이 차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공연으로 저희들의 마음에 음악의 선율을 오래 흐르도록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요일 저녁에는 별별 외로움이라고 해서 연극 공연팀이 와서 마을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그것을 즉석에서 다시 연기해서 보여주었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다시 나에게 들려지는 경험이 큰 위로와 공감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성실하게 채워지는 하루 하루를 모아 3월 한 달도 잘 보내겠습니다.


기도제목 (실버, 파코, 참치, 에밀리, 호수)

1.   양윤모 선생님의 남은 수감 생활을 위해, 아무쪼록 몸과 마음의 기운을 잃지 않고 지내실 수 있기를

2.   7년 간의 강정마을 회장직을 마무리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강동균 전 회장님이 쉼과 회복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자리매김을 잘 해나가시기를, 새 마을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조경철 회장님이 강정마을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 다음을 위한 방향을 잘 잡아 갈 수 있기를

3.   매일의 일상을 자신의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지킴이들에게 생기와 용기 그리고 희망의 기운이 끊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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