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주는 4.3주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들을 상대로 살육 작전을 펼쳐 무고한 생명 3만여 명이 희생된 제주 4.3사건이 지금으로부터 66년 전에 발생 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국가에서 지정한 기념일이 되었고, 이제는 4.3 사건이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었음을 숨김없이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반성이 없으니 ‘4.3 사건은 국가폭력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국가권력을 쥐여 잡고 있고, 제주도민들만 기억하는 제주도만의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시대에 4.3 사건과 같이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강정마을이 존재해도 강정만 아플 뿐입니다.

그래도 현실 속에 아픈 과거를 찾으러 오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먼 발걸음으로 제주에 와서 강정평화학교와 4.3평화기행이든 기도회든 4.3의 행적을 기억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4.3의 원혼들은 크게 외롭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강정은 아픈 역사를 두 발로 딛고 일어서는 용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세기모에 오신 여러분들게 4.3과 강정의 아픔을 두 손에 모아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을에서는 새로운 마을 회장의 취임식을 시작으로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가 주민과 강정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꾸려지고 있습니다. 강정마을회와는 회계와 사무 공간이 분리가 되고, 공동 반대대책위원장에 가톨릭 신부님이 함께 하고, 각 부서별로 강정 활동가들이 참여해 주민들의 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사각지대였던 주민들과 아이들의 삶을 고민하던 강정평화책방이 생긴지 1주년을 맞이했고, 평화 수감자 양윤모의 출소가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강정에는 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개척자들 전 간사인 박윤애가 멋진 남편 김민수의 만남 속에서 예쁜 딸을 낳았답니다. 코 밑으로는 엄마를 닮았고, 그 나머지는 아빠를 닮았다고 해요. 지금 공동체에는 Bro song 이 평화의섬 연대 일과 국제평화대학 교수와의 일정으로 강정을 방문 중이랍니다. 평화학교를 잘 마친 박정주 간사는 여전히 인간띠잇기 행사때마다 단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뽐내고, 에밀리는 말카페라는 곳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고 있고, 동원은 제주에서의 평화복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파코는 영화감독으로 돌아가 시간만 되면 카메라를 가지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지금 집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강아지 한 마리가 요양중입니다.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상태인데, 우리는 벌서 ‘타이디’라는 이름을 지어줬답니다.

 이번 주에도 강정에서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다음주에 만나요.

[기도제목]

1. 평화수감자 양윤모가 강정으로 돌아온 이후에 몸과 마음을 건강히 다져, 구럼비를 지극히 사랑하는 양윤모로서 평화를 만드는 사람의 삶을 계속 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기업들의 탐욕이 끊임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문제의 진실과 본질을 망각한 채 모든 피해를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떠미는 기업들의 횡포가 멈출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3. 제주 공동체 일꾼들이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하면서 행복해지도록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