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3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1.06.13 16:28

개척자들 조회 수:1976

어머니 바다의 풍성함이 여러분들에게도 동일하게 나눠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평안하신지요?

 

공사장 입구를 막음.jpg 6, 현충일이었던 이날 우연히 지나가다 마을 분들이 모여 나라를 위해 일하셨던 조상들을 기리며 제를 지내고 함께 그 음식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국가 공권력 앞에서 무시 당하고 마음 속 조국으로부터의 소외의 한이 서려 있는 분들이지만, 민초의 소박한 애국심을 보게 된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시려왔습니다

 

지난 주 적극적으로 정문을 막게 되는 일이 이 날 있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아 둘 곳이 없자 붉은발말똥게의 서식지에서까지 작업을 시작했었는데 전도사님이 이에 정면으로 맞서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게 된 겁니다.

 

 공사 관계자들은 크게 반발하며 그 지역 내로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마을 회장님과 어른들의 협의 하에 아예 레미콘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정문을 막는 것으로 마음을 맞춰 이 날부터 공사장 정문을 막게 되었습니다.

 

부상을 당한 윤애.jpg 7, 공사장 정문을 막으며 서 있던 윤애를 레미콘 차량 운전사 한 분이 윤애 뒤 편에 위협적으로 차를 세워 놓고는 갑자기 내려 윤애의 팔목을 잡고 끌어 내려 윤애가 무릎이 굽혀진 채로 바닥에 내쳐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윤애는 놀랐고 두 무릎에는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어 전치 2주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만히 서 있던 여성에게 행해진 이런 행동은 폭행에 가깝다는 판단이 있어 이전에 멧부리를 막다가 역시 여성 활동가 한 명이 물리적 폭력을 당한 것과 더불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어 기자 회견을 준비 중입니다.

 

2주간 묵묵히 사업단 앞에서 하루도 빠지지 빼먹지 않고 1인 시위를 했던 자원봉사자 영미가 떠났습니다. 글 공부를 하고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송아지를 팔게 되면서부터 철저한 채식을 하게 되었다는 영미는 천사 같은 제 동갑내기 친구였습니다. 1인 시위를 했던 자원 봉사자 영미.jpg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긴 여행을 준비 중인 이 녀석은 그 여행의 시작을 여기 강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게 된 셈입니다. 종환 삼촌의 부엌 일을 돕기도 하면서 삼촌의 마음을 샀는데 가기 전 담배 한 보루를 사 드릴 때에는 두 사람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지금 강정 마을에서는 어쩌면 인생 학교가 열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성을 다시 만나고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고, 그리고 그 정의를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를 훈련하고 골리앗 같은 권력과 자본의 힘 앞에 자신의 물 맷돌 다섯 개를 찾아 서 보는 용기를 키워가는 훈련을 하는 등 말입니다.

 

8, 대략 3개월간 개척자들이 진행했던 강정마을 현수막 보내기 운동을 일단락 졌습니다. 개인 16명과 14개 단체가 참여했었고 이를 통해 34만원을 강정마을회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 전도사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운동은 지금은 강정마을 미디어팀이 주축이 되어 1000개의 현수막 보내기 운동으로 성장하게 된 셈입니다.

 

13, 3월초 어쩌면 강정마을의 꺼져가는 불씨를 함께 마주하고 지피게 된 생명평화결사 100일 순례를 마치는 조촐한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3개월 동안 진행된 일들을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고 뭉개지고 죽어졌을 때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생명의 신비로 엄청난 열매를 맺게 된다는 진리를 감히 짐작해 볼 수 있게 됩니다. 개척자들도 강정마을에 온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드러나지 않고 마을 분들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더 잘 섬길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잠시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저도 다시 힘을 내 보려고 합니다. 제주팀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기도제목>

 

1. 해군기지 공사 계획이 철회되도록.

2. 감옥에 수감중인 최성희 평화 활동가의 석방을 위해.

3. 언제 철거 해 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구럼비 지킴이들을 보호해 주시고 용기를 주시기를.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강정마을을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기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평해 출정식 및 기자회견 관리자 2023.04.21 267
353 [2018년 1월 8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8.01.08 79
352 2021년 5월부터 7월초까지 제주소식을 전합니다. file 관리자 2021.07.15 79
351 [2016년 9월 19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6.09.19 80
350 2019.03.18 공평해프로젝트팀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file 개척자들 2019.03.18 80
349 2019년 11월 26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소식 file 샘터마마 2019.11.27 80
348 2020년 1월 14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0.01.15 80
347 세월호참사 1주년을 기억하며 강정에서 해상행동을 했어요. file 동원참치 2015.04.15 81
346 [2015년 8월 3일] 제주에서 온 소식 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5.08.03 81
345 [2016년 5월 30일] 제주에서 온 소식 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6.05.30 81
344 [2016년 7월 4일] 제주에서 온 소식 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6.07.04 81
343 [2016년 8월 1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샘터마마 2016.08.01 81
342 [2017년 6월 5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7.06.05 81
341 2019.04.08 공평해 소식 file 개척자들 2019.04.10 81
340 2019년 8월 5일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19.08.06 81
339 [2017년 7월 10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7.07.10 82
338 2019년 12월 3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소식 file 샘터마마 2019.12.03 82
337 2020년 3월 16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0.03.17 82
336 2022년 5월 17일 제주와 공평해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18 82
335 [2017년 11월 20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7.11.20 83
334 [2018년 10월 15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8.10.16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