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행에 샘터에서 지낸 시간까지 꽤 오랜 시간을 비웠던 터라 마을로 돌아오자 모두들 뜨거운 포응으로 맞아주셨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드디어 집으로 돌아온 듯 합니다. 제주로 내려오던 날 이 곳에는 비가 내렸답니다. 그래도 육지보다는 포근한 날씨 덕에 안도하며 하루를 보냈는데 그 뒤론 하루에도 몇번 씩 눈보라가 휘날려 역시 겨울은 겨울인가보다 했어요.

마을에 돌아온 다음 날은 그 동안의 안부를 전하는 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성실하게 정문과 삼거리에서 수고하고 계신 분들, 집주인 삼촌네와 문신부님네, 이웃들에게도 찾아뵙고 그 간의 소식들을 나눴구요. 에밀리 소식을 전하자 각 사람마다 그리운 미소가 입가에 머물다 가더군요.

지난 목요일에는 대대적인 제주지방법원행이 있었습니다. 오전부터 강정마을 재판이 줄을 이었고 심지어 오후에는 이전 재판이 밀리거나 재판 간의 시간 차가 적어서 동시에 2층과 3층에서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 재판 저 재판을 기웃거려야 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박도현 수사님과 은혜의 빛나는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답니다. 박수사님은 언제 뵈어도 한결같은 편안한 미소를 담고 계셔서 밖에 있는 저희가 오히려 위로를 받곤 합니다. 은혜는 동료들이 준비한 새하얀 생활한복을 입고 피고인 석에 앉아 법정을 가득 메운 지원군들을 일일이 바라보며 눈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뭉클했습니다. 어서 나와야 할텐데... 미안하고 한편으론 자랑스럽구요.

이 날 브라덜송도 재판이 두 차례있었습니다. 2011년 구럼비를 지키기 위해 보냈던 시간들에 대한 항소심은 1월 27일 선고가 잡혔고, 또 한 건 지난 7월 1일 바다에서의 해상감시활동 건은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이 날 2012년 정문에서의 파이프 인간띠 잇기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있었는데, 1심에서 1인당 4백만원의 벌금이 그나마 2백50만원으로 내려졌고,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그 중 억울하게 연행되었던 한 활동가에게 마침내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치인데도 1심에서 담당판사는 무슨 근거로 4백만원이라는 벌금을 때렸는지 기가막힐 따름입니다. 날이 캄캄해져서야 모든 재판이 끝이 났고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마을로 돌와왔습니다.

같은 날 오후, 마을 포구에서는 실험예술제가 한창이었습니다. 사진으로 함께 나눌께요. 그 밖에도 강정인권위원회가 소집되어 진중한 이야기들을 나눴고, 매일 공사장 정문에서 미사 후에 맞잡는 평화의 인간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참, 어제 샘이 내려왔어요. 연말까지 함께 지내며 학업과 관련된 활동을 할 계획이랍니다. 메리크리스마스!!

기도제목: 파코, 실버, 정래, 동원

1.   추운 겨울 평화수감자 양윤모, 박도현, 김은혜의 몸과 마음, 정신의 건강을 위해

2.   이간질 당하고 찢어진 강정마을 공동체가 위로받고 서로를 용서하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3. 성실하게 강정마을 공동체를 지켜나가는 활동가들의 건강과 한 해의 의미있는 마무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