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6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1.05.16 16:47

개척자들 조회 수:2201

구럼비 바다를 마주하게 되면 나의 거추장스러운 신을 벗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아무래도 구럼비는 성스러운 곳인가 봅니다. 돈으로 주고 절대 살 수 없는 과거 시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생명의 무한 가지의 생태 다양성을 어리석은 우리들은 시멘트라는 단일 재료로 덮어 버리고 싶어 합니다. 단지 몇 십 년간만 유지되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말입니다. 구럼비 바위를 맨발로 걸으면 알 수 있습니다. 들을 수 있습니다. 생명의 숨막히는 경이로운 소리를! 여러분들을 모두 구럼비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이 모든 아름다움이 사라지기 전에.

 

 지난 9일 건설 차량을 막았다는 이유로 전도사님이 업무 방해 혐의로 현장범으로 체포되셨습니다.

 

저는 그 날 도청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오전 시위를 마치고 서귀포 경찰서로 달려갔더니 비에 흠뻑 젖은 옷을 입은 채 신도 제대로 신지 않고 조사를 받고 계신, 약간은 긴장하신 전도사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10여건이 넘는 고소 고발건을 모두 조사할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동행하신 평통사 분들의 도움으로 일단은 풀려 나셨습니다. 공권력과 법이라는 이름 앞에서 점점 범법자가 되어 가는 경험을 하면서 신기한 것은 더더욱 차분해지고 담대해져 가는 우리 자신의 변화를 보게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정의는 승리함을 믿기 때문이겠지요.

 

11일에는 영화인 협회에서 오셔서 영화인다운 감수성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주셨고 12일에는 국회 진상조사단이 다녀갔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정치권이 움직여 줘야 할 때인 것 같아 큰 기대를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 속에서 가슴이 먹먹해 져 옴을 느꼈습니다.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울먹이시는 마을분들의 이야길 들으며 5년간 가슴 속에 쌓인 울분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습니다.

 

5개 종단 환경 관련 대표들이 모여 합동 기도회도 열었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 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역의 문제에 무관심했던 제주대, 제주교대 학생들도 한 둘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기청아 제주평화기행에 참여했던 봉헌이와 정선이라는 두 청년이 다시 강정마을을 찾아 1인 시위를 돕고 있기도 합니다.

 

 양윤모 선생님은 어제 옥중 단식 40일째를 맞이하셨습니다. 그 뜻을 기리는 이들이 구럼비에 모여 1부터 40까지 숫자를 들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유서를 작성하신다고 하셔서 몇 분이 찾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에 도라는 어디 있을까요?)

 

윤애는 515일 오키나와 평화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12일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빈 자리가 영 섭섭하게 느껴집니다.

 

동티모르에서의 혼자 한 5년의 시간이 그리도 외로웠는지 제주도에는 꼭 팀으로 가겠다고 해서 얼떨결에 제가 따라왔는데 오히려 윤애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윤애가 많이 그립고 보고 싶네요. 강정마을의 상황과 유사한 오키나와에서 많이 배우고 힘을 얻고 돌아와 이 분들을 더 잘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도라는 요즘 불법 강제 이주 중인 붉은발말똥게를 찾아 탈출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2급인 붉은발말똥게들은 제가 확신컨대 절대 이주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왜 멸종위기종이겠습니까? 오랜 시간 동안 이 환경이 아니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따라서 그들의 불법 강제 이주 거부는 정당합니다.

 

정말 감사한 것은 이 곳 지역 교회가 중덕 바닷가에서 기도를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반대운동 과정 중 거리를 두신 분들이 한 두 분씩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조용배교수님의 말씀처럼 이 바다와 구럼비 위에 하나님의 불의 군대와 전차가 포진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도제목>

윤애, 정애

1.     단식 41일째를 맞게 되는 양윤모 선생님의 건강이 지켜지고 그 분의 의지가 세상에 충분히 전달되기를.

2.     17일 조영배, 신용인 교수의 강연회에 찬성반대를 넘어 마을 분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의 회복을 논하는 기적이 일어나게 되길.

3.     오키나와를 방문하고 있는 윤애의 여행일정을 위해. 여행을 통해 강정마을을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기를.

4.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강정마을을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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