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4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4.03.24 11:26

개척자들 조회 수:1479

강정에 내려 앉은 따뜻한 봄볕과 함께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한 주는 첫 시작 날인 월요일을 아주 힘들고 길게 보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중에 미사와 인간띠잇기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날 평소에는 잘 나오지 않는 서귀포시 경찰서 계장, 과장급 경찰들이 모두 나와 정문 건너편에 서 있었습니다. 원래는 미사를 드리는 한 시간 동안은 공사차량을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것이 합의된 약속이었는데 이 날은 경찰 쪽에서 이 약속을 깨고 미사 진행을 막았습니다. 충분한 이유나 설명 없이 무작정 진행된 경찰들의 방해가 그 자리를 지키던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화나게 했고 결국에 이 날 정문 시위는 미사 시간을 넘어 오후 4시 오후 미사가 끝나는 6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봄비는 왜 이렇게도 하염없이 내리는 지. 우비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비를 털어내면 와르르 고인 물이 머리 위에서 쏟아질 정도였습니다

꾸미기_1길고 지친 월요일 종일 시위.JPG

이 비 한가운데서도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은 우비를 입고 또 우산을 한 손으로 잡고 의자에 실려 계속 날라졌습니다. 6시간이 넘는 미사와 시위 동안 경찰들은 대형버스로 교대를 해가며 자리를 지켰고 몇몇 안 되는 지킴이들은 수녀님들과 신부님들과 함께 점심도 굶어가며 함께 비를 맞고 서있었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공사 차량 진입을 돕는 경찰들을 호통치며 우리 모두 다 잡아가라! 우리는 절대 포기 안 할거다! 나는 여기서 똑바로 살다가 죽을란다!’ 하셨지요.



극렬한 월요일을 보낸 이후에는 제법 평온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화요일에는 국제팀 회의가, 수요일 아침에는 실버가 육지로 올라갔고 저녁에는 강정평화학교 준비 회의 그리고 지킴이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목요일에는 강정평화학교팀에서 4월 평화세미나 강연자를 섭외하기 위해 4.3 항쟁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신 선생님을 만나러 돌문화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김선생님은 20년 넘게 2천 건이 넘는 4.3 피해자 증언을 인터뷰하신 분입니다. 때로는 듣는 것만으로도 본인이 고통스러워 허벅지를 꼬집으며 눈물을 참고 정신을 차려 기록을 마치려고 했다고 하며 저희들에게 싸울 때 싸우더라도 본인을 잘 아끼라 당부하셨습니다. 그래야 오래 싸울 수 있다고 하시면서.. 고운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듯한 채 그 말을 전해주시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꾸미기_1두물머리 상영회.jpg

목요일 저녁에는 영화 두물머리의 상영이 있었고 실제로 두 분의 농부님들이 오셔서 대화도 나눠주셨습니다. 연대함 그리고 누군가의 경험에서 얻는 용기와 희망들로 채워진 시간이었습니다

꾸미기_1신임 회장님의 취임식 잔치.JPG

이 날 저녁에는 의례회관에서 조경철 신임회장님의 취임식 행사가 열렸습니다. 조경철 회장님을 격려하고 응원하기에 많이 이들이 자리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면 다들 함께하고 싶은 마음, 마음을 모아보고 싶은 그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꾸미기_1구럼비호의 출항 준비.jpg

금요일은 2년 전 페인트칠과 보수 이후 조용히 잠자던 구럼비호가 드디어 긴 항해에 앞서 다시 바다에 나가는 날이었습니다. 해상팀은 다들 설레이는지 아침부터 오후까지 강정포구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바다와 구럼비호를 번갈아 쳐다보며 배를 드디어 바다에 띄웠습니다.

꾸미기_1양윤모선생님을 기다리며.jpg

일요일 미사에서는 늘 무뚝뚝하고 공적인 말투의 김성한 신부님의 강론이 듣는 이들의 마음을 구럼비에 대한 그리움과 강정 바당의 생명체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득 채우게 했습니다. 좀처럼 감성적 표현을 하지 않는 신부님이 어린 소년처럼 그 마음을 표현해내는데 그 강론 중의 고백이 멀리 울려 퍼져 공사장 주변에 쳐진 펜스를 넘어 저 바다까지 들렸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기도제목:

1.     4월에 출소를 앞둔 양윤모 선생님이 남은 날까지 건강하고 맑은 기운으로 지내실 수 있기를

2.     강정 마을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강정의 현재를 이어가도록 하는 지킴이들과 마을 주민들에게 긴 여정을 위한 충분한 쉼과 격려가 있기를

3.     4월 첫째 주 진행되는 강정평화학교가 더 많은 이들에게 평화에 대해 고민하는 배움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평해 출정식 및 기자회견 관리자 2023.04.21 267
333 [2013년 6월 10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06.10 1558
332 [2013년 6월 24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06.24 1551
331 [2013년 7월 8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07.08 1525
330 [2013년 12월 16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12.19 1525
329 [2013년 8월 12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08.13 1515
328 [2013년 9월 23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10.09 1513
327 [2013년 9월 16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10.09 1511
326 [2013년 12월 30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4.01.07 1509
325 [2013년 6월 17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06.17 1504
324 [2014년 1월 6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4.01.07 1501
323 [2014년 2월 10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4.02.22 1483
» [2014년 3월 24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4.03.24 1479
321 [2013년 12월 2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12.08 1461
320 [2013년 8월 5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08.05 1454
319 [2013년 9월 2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09.02 1428
318 [2013년 11월 25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12.08 1425
317 [2013년 9월 9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10.09 1414
316 [2014년 1월 13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4.01.13 1414
315 [2014년 1월 20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4.02.06 1412
314 [2013년 10월 28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file 개척자들 2013.10.30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