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8 16:43
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입니다. 오월도 벌써 중순을 향해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친밀해지는
새방밧 식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벌써 이별의 순간을 아쉬워 하곤 합니다. 우리의 식구 중 유일하게 비인간
동물인 가을이도 개척자들 멤버들을 비롯한 피스파인더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부인과의 사고를 방지하고자 새방밧에선 몇 주전 가을이에게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울타리는 가을이가 빠져 나올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넓었습니다.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체크인 시간에 나왔고, 화요일 오전에 목공팀은 울타리를 보수하고, 새롭게 문도 만들어 달았습니다. 브라더송 없이 목공팀원들만의 힘으로 작업을 했던 첫 순간이었습니다. 조금은 엉성해 보이지만, 우리끼리 무언가 만들어 냈다는 생각에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평화대학에서의 배움은 강의실을 벗어나 삶 곳곳에 적용됩니다.
저번 주는 평화대학 수업 이외에도 특별한 일정이 많았습니다. 그 첫 번째는 최지현 선생님께서 진행해주신 바다의 날 특강이었습니다. 해양분쟁을 주제로, 섬에 대한 정의,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붕, 접속 수역, 나라 간 해양분쟁, 한 나라의 주권 적용 영역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바닷물은 영해를 오가며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한 바다에 대해 한 나라가 주권을 행사하는 일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났으며 영토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경계는 적을 만들고, 폭력을 정당화 하는 선으로 바다에서조차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해양분쟁 수업 이후에는 항해를 했습니다. 저는 연락망을 맡아 요트를 타진 못했지만 항해를 준비하고,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죠나스웨일과 친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항해는 범섬을 돌아 강정으로 오는 여정이었습니다. 한 시간 간격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실시간으로 항해팀의 위치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평화대학을 통해 처음 요트를 탄 친구들은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기존 크루들과 함께 정리를 해내갑니다. 능숙함과 성장한 모습을 보며 같이 평화대학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써 자랑스러운 마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바다의 날 항해는 정예 멤버들의 훈련 위주로 진행되어 공평해를 위한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현재 새방밧은 비건존입니다. 식재료는
비건 제품만 구매하며, 부득이 하게 논비건 제품이 생길 경우에만 버리지 않기 위해 소비합니다. 모두의 동의 하에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고, 함께 비건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했던 우리에게 ‘Planet A’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는
비인간 동물들이 당한 폭력에 침묵했으며, 생명에 대한 생각없이 고기를 소비해 왔던 것에 죄의식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그들이 당한 폭력에 가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물해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생각을 던져 주고 비인간 동물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평화대학 수업과 더불어 진행된 다양한 일정들은 모두 무거운 사안을 다루고 있어 소화해 내는데 조금은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폭력 앞에 침묵했던 내 자신을 발견한 뜻깊은 시간이었고, 이제 제 앞날은 좀더 불편할 것임을 느낍니다. 곳곳의 폭력 앞에 무감하지 말자, 눈으로 보고, 반응을 하자, 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자는 다짐을 마음에 새긴 귀중한 주간이었습니다.
[기도제목]
1. 가을이가 새로운 공간에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2. 많은 일정으로 다소 지친 새방밧 식구들이 에너지를 얻고 활기를 얻을 수 있기를
3. 강정마을의 활동가들이 건강하게 관계를 맺으며 평화 활동을 해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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