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9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1.05.09 16:19

개척자들 조회 수:2303

 

 

평화를 위한 기도 모임.jpg  제주도 강정마을에 내려온 지도 두 달이 넘어 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딱히 내세울만한 일을 한 것은 없지만, 문제의 핵심 속으로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평안하신지 안부를 묻습니다.

 

월요일마다 구럼비에서는 오후 3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개척자들의 사역은 모두가 기도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합니다. 이 정의와 평화를 위한 기도는 분명 하나님께서 들으실 것을 확신합니다.

 

부산에서 꽃피는 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와 어머님이 강정마을을 찾아 주셨습니다. 종환 삼촌의 말씀으로는 전부터 왕래가 있었고 큰 모금을 해서 보내 주시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구럼비 산성의 십자가 앞에서 바이올린, 리코더, 기타가 어울려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미나리를 캐와 함께 식사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정성스레 만들어 오신 재미있는 현수막은 강정마을에 웃음과 또 다른 활력을 주기도 했습니다.

 

늦었지만, 주인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었습니다. 집을 6개월은 그냥 사용하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강정마을에 조금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비추기도 하셨지만, 지금이라도 마을을 지켜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작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배려해 주신 집, 책임감을 갖고 잘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윤모 선생님의 단식이 29일째로 접어 들던 날, 저는 갑자기 이러다 한 사람 생명 정말 죽일지도 모르겠다 싶어 선생님을 살려야 한다는 강한 생각에 도청 앞으로 1인 시위를 나갔습니다. 선생님은 해군기지 공사가 중단되어야 단식을 멈추겠다고 하셨으니 지금 상황에서 공사를 직권으로 중단 시킬 수 있는 제주도 도지사가 있는 도청으로 가는 것은 제게는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도청 앞 1인시위.jpg

 

 1인 시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보과 형사 한 분이 나와 조사해 가기도 했고 몇몇 기자들이 취재를 해 갔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보니 제 이름이 강정애로 나왔지 뭡니까? 강정마을에서 오래 일하라는 말씀인가 봅니다. 1인 시위 후 양선생님을 면회 갔습니다.

 

1차 심리를 마치고 제주도 교도소로 와 계셨는데, 단식에 대한 의지는 너무나도 확고하셨고 주어진 10분 동안 밖에서 해야 할 일을 부탁하셨습니다.

 

많이 야위셨고 면역력이 약해지셨는지 마스크를 쓰고 계셨습니다. 병역거부 하는 친구들 면회가 본 뒤로는 교도소로 처음 가는 면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 곳에서 활동하는 단체들과 마을이 이제는 점점 자신들의 역할에 있어 분명한 자리매김을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명평화결사는 바닷가 사진관에서 음악도 연주하고 서명과 후원금도 받는 일을 잘 해 내고 있고 마을 분들은 구럼비 산성을 잘 지켜 내고 있습니다.

 

개척자들 야전 텐트.jpg

 

 저희는 사업단 입구와 공사장 입구를 막는 일과 강정천 옆 천막을 지키는 일을 맡아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천막에 개척자들 현수막도 내다 걸었답니다. 공사 차량을 몸으로 막고 1인 시위를 하는 일이 주로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청년 30명 정도만 있다면 스크럼을 짜 확실히 공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청년들을 어디에서 불러 올 수 있을까요?

 

구럼비 산성 주변의 풍경은 참 재미있습니다. 여러 재치 있는 배너의 글귀도 눈에 들어 오지만 얼마 전 성희 언니는 붉은발말똥게를 그려 전에 세워 놓았던 십자가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게가 매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 바로 내려졌습니다.

 

얼마 전 마을에 붙었던 좌파 세력 물러가라는 현수막에 가장 적합한 진정한 좌파는 우리의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밤이 되어 그 주변에 걸려 있는 연등에 불이 들어 온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부산에서 온 재미있는 현수막.jpg

 

마을의 화합과 성금모금을 위한 마을 잔치는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외부에서 온 손님들이 많이 오신 것도 감사했지만, 그 동안 뵐 수 없었던 전에 반대 운동을 함께 해 오셨던 분들이 찾아 오셨고 작은 수지만, 찬성하는 분들도 와서 식사를 하고 가신 것을 보면서 저는 다시 타오르는 작지만, 희망의 불씨를 본 것 같습니다.

 

강정마을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도라-

 

 

 

<기도제목>

윤애, 정애

 

     1.      단식 34일째를 맞게 되는 양윤모 선생님의 건강이 지켜지고 그 분의 의지가 세상에 충분히 전달되기를.

2.      12일 국회진상조사단의 방문이 형식적이거나 단지 면죄부만을 얻게 되는 조사가 아닌 불의가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되는 조사가 되기를.

3.      13일부터 17일간 오키나와를 방문하게 되는 윤애의 여행일정을 위해. 여행을 통해 강정마을을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기를.

4.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강정마을을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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