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4일] 제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2011.07.04 13:50

개척자들 조회 수:2066

지난 주에는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태풍과 긴 장마로 인해 연일 비가 내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준설선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해군과 공사업체 측이 부담을 많이 느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공사가 중단된 강정마을에는 한시적이긴 하지만,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태풍 메아리는 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지난 1월에 가져다 놓은 바위들을 구럼비 여기 저기로 흩어 놓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공간에도 구럼비와는 다른 빛깔의 돌들이 태풍으로 인해 떠내려와 채워져 있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이렇게 1년도 되지 않아 위대한 자연 앞에서 후회하게 되나 봅니다.

 

그런데 이 3-4만년 된 구럼비 바위 일대를 시멘트로 덮어 버린다면 얼마나 후회하면 살아가게 될까요? 가면 갈수록 구럼비를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선명해 집니다.

 

 우리의 든든한 후원자인 김옥연 목사님이 강정을 두 번째로 방문했습니다. 최근 들어 강정 방문객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바람에 숙소 문제로 작은 오해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신뢰는 더 큰 아쉬움을 만들어 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작은 갈등들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무시해 버린다면 강정마을에 내려온 우리의 진정성은 의심받아 충분할 일입니다.

 

왜 제 눈에는 작은 것들이 눈에 잘 띄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번 구럼비 산성 대문에서 청개구리 한 마리를 만났었는데 이번에는 바위의 작은 틈에 앉아 졸고 있는 녀석을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3 청개구리2.jpg  

 얼마나 작은지 스쳐 지나갔을 법도 한데 연두색 빛깔 때문인지 제 눈에 쏙 하니 들어왔습니다. 물이 풍부한 요즘에는 구럼비 전체가 다양한 생명들의 만가지 생명현상들로 분주합니다. 이런 분주함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강정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 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우리 인간들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유일한 종족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할망물이 최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설거지를 하는 과정에서 남은 음식물들을 가볍게 여겨 바닥에 버리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그 좁은 물길이 썩어 버린 것입니다.

 

구럼비는 바위 습지지대이기 때문에 물이 오랜 세월 지나면서 형성된 물길들을 따라 내려오면서 자연 정화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사람들은 자연의 정화 속도를 무시해 버려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버린 식물로 인해 구대기가 우글대며 썩어가는 물구덩이를 전도사님과 동원이 그리고 제가 발벗고 들어가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4 할망물 청소.jpg

 

 종환 삼촌은 할망물을 더럽게 사용하면 해군들이 쳐 들어온다고 굳게 믿으시기에 간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청소하고 난 뒤 며칠 뒤에 다시 가 보니 물이 점점 맑아져 가고 있어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습니다. 구럼비를 지키러 왔건만 평소 충분히 체득 되지 못한 환경 감수성으로 인해 오히려 구럼비를 병들게 한다면 안 될 일입니다.

 

지난 2일은 강정 집중 방문의 날이었습니다. 마친 대만에서 에밀리도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희망의 크루즈를 타고 온 에밀리는 여전히 밟고 명랑해 보였습니다.

 

 

5 에밀리 도착하다!.jpg

 

 온 당일에 강정 앞바다에서 전도사님과 함께 카누를 탔다면 안 믿으실 겁니다.

 

2일 저녁에는 강정마을에서 촛불이 다시 밟혀졌습니다.

 

 

[기도제목] 

 

1. 해군기지 공사 계획이 백지화되도록

 

2. 감옥에 수감중인 최성희 평화 활동가의 건강과 석방을 위해.

 

3.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강정마을을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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