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비를 좋아하는 저지만, 해가 나와 빨래를 깔끔하게 말릴 수 있었으면 하고 요즘에는 바라게 됩니다. 습한 기운은 제 마음 속까지 파고 드는 것 같습니다.

강정마을은 지난 주에도 눈에 띄는 공사는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보수 언론과 관변 단체들의 언론 지면을 통한 비판과 공격성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특이할 만한 사실인 것 같군요. 그리고 드디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라는 공소장이 날라 오기 시작했습니다. 5월 19일 성희 언니 체포 당시 함께 연행됐던 7명과 그와 더불어 송강호 간사님까지 입니다. 다음 주 언니 재판일인 15일 오전 10시에 함께 재판을 하려나 봅니다.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압박이 가는 이런 일들이 정말 개인들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참으로 손님이 많았습니다. 우리를 평소에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아끼는 광주의 김영헌 목사님이 손님 대접을 잘 못하는 저희들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4박 5일간을 보내다 가셨습니다. 오시는 날 베이글 서른 개와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2통 박수진 사모님이 직접 만드신 딸기잼, 사랑스러운 커피 두 봉지 그리고 커피 메이커를 가져 오셔서 계시는 동안 내내 천국에서 지내는 것 같았답니다. 물론 멋진 음악들도 가지고 오셨지요. 아쉬웠던 것은 냉장고가 없는 저희 집에서 결국, 마지막 날에는 곰팡이가 핀 베이글을 곰팡이만 벗겨 내고 먹었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곰팡이가 핀 것이라고 하더라도 베이글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조정래 사모님과 영희도 방문했습니다. 또한 공연을 위해 극단 ‘너영나영’과 ‘바닥소리’도 방문했답니다. 결국 우리 숙소와 사무실에서 수용할 수 없어 근처 민박집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지난, 태풍 메아리로 유실된 오탁수 방지막을 방치하여 지나 다니는 어선에 피해를 주고 있건만 그 와중에 케이슨을 옮겨 놓기 위한 자리 확보를 위해 무리를 하며 해경을 동원한 채로 측량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마을 회장님과 활동가들이 배를 타고 나가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여론에 알릴 필요가 있어 지난 6일에는 숙소 동으로 지어 놓은 비닐 하우스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습니다.

같은 날 강정을 방문한 SFC 청년들과 이야기 하는 시간도 갖고 화순의 케이슨 건설 현장도 같이 가 보았습니다. 한국 예술인 총연맹 분들은 강정 곳곳에 설치 미술 작품들을 만들고 계시는데 예술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우리들의 무심한 시선을 잠시 잡은 채로 그 여유 공간에서 강정의 평화를 생각하게 해 주는 이 분들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8일 옥중에서 만난 최성희 언니는 건강해 보였습니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은 더 빠르게 달려 갑니다. 그 와중에도 언니는 강정마을을 위한 일들을 부탁하느라 결국 우리는 주로 듣는 위치에 있게 됩니다.

면회 후 제주대학교 병원에서 회복 중인 양윤모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 두 분의 굳은 의지를 어떻게든 좇아가야 할 텐데 그저 부족함만을 느낍니다. 그 분들의 기운이 강정까지 지속적으로 뻗쳐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