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었습니다. 노오란 산수유가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이어 제비꽃, 진달래, 개나리, 새하얀 목련이 제각각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여전히 예쁘기만 합니다.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이 어여쁘기만 한 계절의 봄과는 달리 아직 오지 않은 삶의 봄을 그리움으로 기다리는 이웃들이 있음을 봅니다.

지난 3월 31일, ‘찾아가는 세기모’로 2014년 처음으로 찾아갔던 곳은 2009년 용산참사가 있었던 남일당 건물터였습니다. 이곳에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이원호 사무국장님과 만나서 당시 용산참사현장상황과 현재 이 참사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의 진행상황을 전해 들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망루에 오르셨던 철거민 분들 중 다섯 분과 당시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공무원 한 분이 무리하고 과도한 진압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참사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불의와 거짓의 비호를 받으며 여전히 세상 권력에 탐닉해 있고, 목숨을 잃은 철거민 들은 대법원에서 특수공무집 행치사죄라는 죄명을 판결 받았습니다. 또한 옛 남일당 터에서 오손도손 흥나게 생업을 하던 분들은 쫓겨난 후 곳곳으로 흩어져서 서럽고 힘든 생활을 해 나가고 계시다고 합니다. 올해 1월, 용산참사 5주기를 맞이하였지만 아직도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유가족들과 쫓겨난 이들의 마음의 멍은 가시지 않고 여전히 아프기만 합니다. 하지만, 대지가 생명을 틔워내지 않을 수 없듯이 용산참사의 진실이 온 천하에 드러나게 되는 그날은 기어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그 삶의 봄을 만나는 그날, 따스한 봄볕이 푸른 멍을 어루만져주고, 부드러운 바람이 눈물을 닦아 줄 것입니다.

따스한 계절의 봄 날, 이 땅 곳곳에서 새 세상이라는 봄 날을 위해 눈물로 씨앗을 심는 분들에게도 하루속히 봄 세상이 열리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도 나눔]할아버지, 강호/정래, 다후/예본/승현/형우, 효숙, 영희/성호, 민/신/가희/민정/철, 반석/예지/수연/광일, 마을공동체식구

1.     이 땅 곳곳에서 봄 세상을 기다리며 애쓰는 우리의 이웃들이 위로와 힘을 얻도록.

2.     나무숲 학교 건물이 잘 지어져 가고, 아이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배움의 터가 되도록.

3.     수고하고 애쓰시는 나무숲 학교 선생님들에게 건강과 기쁨이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