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0 샘터에서 온 소식

2012.02.20 11:12

개척자들 조회 수:1694

지난 한 주간의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2 8일 귀국했지만 어머님 댁에서 여장을 풀고 시차도 적응하던 희은이와 파코가 오전에는 외국인 등록을 위해 수원에 갔다가 저녁 세기모에 합류했습니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시댁에서 한 달을 지내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이 날(13)의 세기모는 먼저 티벳에 관한 영상을 보고나서 개척자들은(       ) 이다라는 주제로 나눔을 이어갔습니다. 모임 도중, 형우는 이 날 동티모르에서 귀국하는 승현이와 정주를 마중하러 예본이와 다후와 함께 공항으로 떠났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개척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바라보는 미래를 생각하며 기대와 실망, 그리고 그래도 다시금 희망을 가져보는 마음이 잔잔히 흘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화재를 통해 총체적인 자가진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샘터에 와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기다리며 미국에서 새로 사 온 빳빳한 리그레또를 꺼내 게임을 했습니다. 동티모르에서 댕기를 앓다 온 승현이, 내내 비실비실했다는 정주와 해후한 후 우리는 비로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수요일(15)엔 저의 자리를 정리하느라 사랑채 2층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체가 있는 자리에서 확인해야할 부분이 많아 겨IMG_1407.JPG 우 컴퓨터를 놓을 자리와 한지 작업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널린 짐들을 정돈하는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 나이에 대아초등학교 방과후 보육 강사를 해보겠다고 졸업증명서를 떼고 서류를 준비하는데 나이가 많은 것이 핸디캡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날(16)은 하루종일 전체회의를 했습니다. 개척자들의 정체성, 건축, 농사, 사역, 국제부의 귀환, 재정 담당 등 많은 주제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시간적 제약이 많았습니다. 결국 저녁식사 후까지 모임이 이어졌고 다음날 저녁에도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17)은 예본이의 졸업이었습니다. 모두 예절 교육 때 입었다는 한복을 입고 앉아있더군요. 예본이가 6년 내내 받은 상이 제일 많다고 합니다. 착하고 바르게 자라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박순영목사님과 주희숙사모님의 배려로 금요일 마다 받는 물리치료에 차도가 보였습니다. 충격파를 받는 어깨의 통증이 현저히 참을 만 해진 것입니다. 꾸준히 치료를 받아 오른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날 저녁 다시 회의를 하러 모인 우리들은 다음날이 생일인 정숙이를 미리 축하해 주었습니다. 물론 가희가 가장 열정적으로 즐거워하고 축하했지요. ^^

다음날 아침, 기철이는 정숙이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러 올라왔습니다. 저는 걱정이 되어 나와 봤는데 제가 확인했던 것이 미역이DSCF0488.JPG 아니라 다시마였습니다. 그래서 급히 동네 가게로 보내고 다른 준비를 도왔습니다. 알고보니 끓일 줄도 모르더군요. ^^ 할 줄 모르면서도 도전하는 마음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는 바람에 토요일 아침, 대부분 오래 이불 속에 있는 날 아침에 따뜻한 미역국이 사람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너랑 나랑이라는 분식집에서 예본이 졸업 기념으로 아빠가 한 턱 냈습니다. 식사 후에 희은, 파코, 정주, 난영, 정숙, 기철이는 서울 나들이를 하러 떠났고 저는 사랑채 2, 저의 자리에 익숙해지려고 비닐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지 등 하나를 조립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랑채와 윗집을 오가는 사이에 개울물의 노래소리가 점점커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주말에 기온이 뚝 떨어졌어도 벌써부터 숭숭 뚫리고 있는 얼음은 그 밑을 흐르는 봄기운에 자리를 양보해야할 것 같습니다.

   IMG_1418.JPG 다음날은 저녁에 그안에 교회에서 개척자들을 돕기 위한 작은 음악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저와 형우, 정숙이와 철, 민정, 가희가 그 자리에 있었고 오랜만에 저는 샘이 어릴적 음악발표회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한편으로 불타버린 200년 된 샘의 첼로 생각이 났습니다. 올해 2학년, 3학년이 되는 꼬마로부터 대학생 형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이 프로페셔널한 음악의 주는 감동과는 다른 정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악의 진정한 목표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되면서 돌아오는 밤길이 행복했습니다.

                                     

 

                        2012. 2. 20. 샘터에서 큰언니, 큰누나가

[기도 나눔]

1. 큰 인명피해 없이 모든 샘터 식구들이 몸과 마음을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2. 허철 간사의 다리에 예전 같은 힘이 생기고 건축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순조롭게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3. 이번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개척자들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4. 사랑채로 돌아온 식구들이 건강을 잃지 않고 복구과정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5. 이번 일을 통해 흩어지고 분주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함께 모으고 다른 지체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6. 새로운 샘터 재건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꿈꾸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계획해 나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