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 샘터에서 온 소식

2012.09.04 16:35

개척자들 조회 수:1522

2012년 9월 4일 샘터에서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비가 내립니다. 지금 내리는 비는 가을비쯤 되겠지요. 샘터가 들어 앉아 있는 진개울은 비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소리에 부엌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허철 간사의 못 박는 소리가 경쾌한 장단을 더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축축한 오후, 샘터는 평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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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가 샘터로 온지도 두 주가 넘어 가고 있네요.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신디는 신과 가희를 잘 돌봅니다. 난생처음 태풍을 겪어 본다는 신디는 태풍이 지나가는 내내 태풍이 언제 오냐며, 이것이 태풍이냐 하고 묻곤 했습니다.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휘어지듯 꺾어지는 것을 보고 태풍이 온 것 같다고 하자 달려나가 사진을 찍을 정도였습니다. 

난영이는 제주도에서 작업을 마치고 지금은 여행 중입니다. 바다를 마주하고 구럼비를 마주하고 영혼의 더듬이를 세워 들었을 이야기들은 어떤 비주얼로 강정에 그려졌을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아마도 그 작품에는 자연이 그대로 묻어 났을 겁니다. 

영희는 아체와 동티모르 캠프를 마치고 8월 28일 샘터로 복귀했습니다. 살이 조금 빠져 보이는 영희는 그러나 여전히 막 로스팅한 커피빈 빛깔의 피부로 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두 달 간의 타지에서 보낸 시간이 쉽지 않았는지 감기로 잠시 앓고 있답니다. 

정주는 연달은 평화 수업을 진행하고는 잠시 숨을 고르는 의미로 제주도에 휴가차 내려갔습니다. 일상에서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하는 정주는 가을이 깊어 가는 것과 더불어 여성적인 매력도 무척 짙어져 가네요. 

도라는 고향에 돌아온 듯 샘터의 일상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듯 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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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희민정철 가정은 두 천사들이 쑥쑥 커가는 속에 정신 없이 엄마아빠가 따라가고 있습니다. ^^ 5개월 신의 미소는 차가운 이의 마음을 눈 녹이듯 녹아 내리고 우리 악동 가희는 온갖 호기심으로 묻고 만지고 언니오빠이모들을 좇아 다닙니다. 농사며 샘터 재건에 정신이 없을 철 옆에는 항상 민정이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행복이란 함께 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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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본다후승현형우 가정은 늘 무엇인가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어 냅니다. 얼마전에는 자라섬으로 캠핑카를 빌려 짧은 휴가를 다녀왔지요. 가는 날은 비가 왔지만, 다행히 다음 날 날이 개었습니다. 다후는 자기는 10년 만큼 인생을 안다며 창의적인 대답과 이야기로 사람들의 좌우뇌를 자극하곤 합니다. 그에 못지 않은 재치의 소유자인 형우 간사님은 그러나 식사 메뉴만은 다양하게 개발하지 못하고 자주, 매우 자주 맵지만 정말 맛있는 비빔 국수를 내놓는답니다. 예본이는 특별활동으로 춤도 배우며 나름 공교육 속에서 잘 맞추고 가고 즐기고 있습니다. 매일 가정 생활이 평화 교육의 장인 듯 살아내 가고 있는 승현 간사님은 약한 몸을 다시금 일으키며 일상을 당당히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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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커피 한잔을 들고 나와 텅빈 샘터를 바라봤습니다. 빈 공간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 지하를 파고 몇 층을 올려 어떤 방들을 들이고 어떤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 등등의 생각은 어느 덧 샘터라는 공간을 벗어나 그 내용이 어떤 실체가 되어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평화를 살아내는 공동체, 그리고 평화를 전하는 개척자들. 일상에서 경박하지 않는 평화의 철학을 품위있게 살아내고 긴 호흡으로 이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우리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