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에 봄이 왔습니다. 지난 겨울이 지독히도 춥고 길어서였을까요? 샘터 식구들은 유독 올 봄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23일, 화요일 영희가 병가를 내고 잠시 쉬러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매주를 소금물에 담그는 날에 그만 무거운 항아리를 들다가 허리를 다친 것이 꽤나 오래가고 점점 나빠지고 낫지를 않아 장기 요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쉬는 동안 몸도 마음도 모두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24일, 수요일에는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 철폐 캠페인에 개척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국민연금이 공기금으로 비인도 무기인 확산탄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에 10%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에 반대하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양재역에 있는 국민연금 서초 지사 앞에서 정주, 신디, 도라와 개척자들 활동에 관심이 있는 혜영씨가 함께 했습니다. 신디는 확산탄 모양의 옷을 입고는 얼마나 열심히 사람들을 만났는지 모릅니다. 끝나고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보통 공동체와 교회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 이외에 다른 느낌의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며 소감을 나눴습니다. 정주는 길 위에서 평화학교를 연처럼 정성을 다해 어린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바람이 몹시 불어 확산탄 모양의 전단지가 정말 확산탄처럼 날아 다니기도 해 고생을  했지만, 늘 그렇듯 길 위에는 언제나 생생한 배움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무시와 냉대에도 친구들이 있어 춥지 않았습니다.

25일, 목요일 정말 오랜만에 개척자들 업무와 관련된 전체 회의를 가졌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소중하다 여기는 가치를 향해 겸손히 던지는 모습 속에서 늘 감동을 서로 주고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회의가 끝나 모두들 봄 꽃 나들이를 근처 상심리 교회로 갔습니다. 사다리 타기를 해서 간식비도 마련하고 커피집에서 볶은 콩을 갈아 근사하게 커피도 내려 마셨습니다.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내려 강가 교회 카페는 더 운치가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든든한 버팀목들입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샘터에 귀한 꼬마 손님들이 찾아 왔습니다. 이전 캠프 참가자 커플인 정미와 지현 가정의 두 공주님 예담이와 예서가 방문했습니다. 예담이는 바지가 없어 동생 예서의 바지를 입고 아주 비싼 신발이라며 절대 빌려 줄 수 없다는 황금색 신발을 신고는 종종거리며 국수리와 샘터를 활보해 다녔습니다. 금낭화를 지나치지 못하고 만지작거렸는데 금낭화는 다름 아닌 예담이가 신고 있는 신발이라 생각되더군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을 자주 샘터에서 볼 수 있음 좋겠어요.

요즘 샘터에 있으면 대지가 생명으로 용트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명의 기운으로 샘터 골짜기가 꽉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버려진 고무 통 속에도 산새들은 찾아와 알을 낳고 낡은 옷장 위 스티로폼 속에도 고양이는 찾아가 새끼를 낳습니다. 얼마나 많은 생명의 차원이 이 세상에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인간 사회가 다가 아닌 것을. … 그러나 저러나 샘터는 고양이 공동체가 되려나 봅니다.

[기도제목] 다후예본승현형우, 신디정주효숙영희도라, 신가희민정철, 반석예지수연광일, 공동육아공동체가정, 할아버지샘한별

샘터 식구들 모두가 봄의 기운을 충만이 그리고 여유롭게 누리며 우리를 개척자들로 부르신 그 소망을 기억하며 항상 깨어 있고 서로를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