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 여객선 참사로 맘이 무겁고 힘이 듭니다.

노오란 애기똥풀 잎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 간절함을 표한 노란리본이 마음 가득한 슬픔과 억울함을 다할 수는 없겠지요. 봄맞이 여행을 떠난 아이들이었는데 그 봄이 이렇게 아득합니다.

봄비가 며칠 동안 내립니다.

땅 속 깊은 씨앗을 깨우는 것 같기도 하고….

저토록 강렬한 초록 앞에 죄스럽고 많이 부끄럽습니다.

개척자들의 좋은 친구인 청파교회 청년들이 매달 한번씩 하는 울력을 위해 샘터에 다녀갔습니다. 샘터 된장을 빚는 일에 손을 채워주기도 하고, 격월로 발송되는 월간 개척자들 발송에도 웃음꽃과 함께 일을 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샘터 이곳 저곳 필요한 곳을 다듬어 주어 오랜만에 묵은 일들이 놀랍게 정리되었지요.

그런데 청년들만큼 든든한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샘터 할아버지시죠!

화재 이후, 고모님 댁에서 지내시다 건강이 악화되셔서 병원에서 이번 겨울을 보내시러 휴양 차 샘터에 들어오셨는데 나날이 건강해지셔서 된장에 들어 갈 보리밥도 지어주시고 간장도 달여주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존재는 공동체 식구들 모두에게 그 무엇보다 편안한 안정감을 줍니다. 할아버지께서 봄볕에 나와 앉아 계시는 모습만 뵈어도 저의 가슴은 벅차 오릅니다. 

양윤모 선생님도 잠시 방문하셨습니다. 송강호 간사님께서 가평에서 진행된 기독교화해세미나에 참여하고 돌아오실 때 샘터에 함께 들어오셨는데 샘터에서 뵙게 되니 참 반가웠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인생 방향과 모양을 정해주는 몇몇의 계기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기도 하고 때론 사건이기도 하지요. 저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샘터가 이런 분들의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샘터]할아버지, 강호/정래, 다후/예본/승현/형우, 효숙, 영희/성호, 민/신/가희/민정/철, 반석/예지/수연/광일, 우노, 마을공동체식구

1.     세월호 실종자들과 유가족들이 깊이 위로 받으며 이 참사 앞에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을 수 있도록 

2.     우노가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3.     나무숲 학교 건물이 잘 지어지고 애쓰시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4.     티벳 공정여행 중인 지건이와 네 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연경이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이 가정의 안정된 생활 터전을 위해

5.     샘터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서로의 연약함 가운데 성숙해 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