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3일 샘터에서 온 소식

2013.05.16 10:06

개척자들 조회 수:1042

 민들레.jpg한 주간이 이렇게 꽉~ 찰 수가 있을까요?

샘터 식구들이 이일 저 일로, 함께 때로는 따로이 열심히 살아 낸 봄날의 중턱이었습니다.

이형우 간사와 한정애 간사 이야기로 시작 하자면 의정부에 있는 천보중학교 24개 반을 이틀에 걸쳐 회복적 정의를 바탕으로 한 평화교육을 하고 돌아왔는데 이른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쉬는 시간 없이 각각 6시간씩을 맡아 학생들을 만났었습니다. 이들이 돌아와 나눠 준 후일담을 들으며 만남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억 속에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성 안에 서로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러한 만남들이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한 뼘만큼의 흙만 있어도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가 샘터로 내려가는 길에 오똑하니 피었습니다. 사실 무심코 걷다 보면 발에 채일 수 있어 집으로 들어오는 길 내내 정신을 차리고 확인하며 걷게 되는데 아마도 샘터 식구 모두 저처럼 민들레 노란빛을 챙겨보며 걷나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소박텃밭.jpg 한 아름다움을 오래 두고 볼 수 없을 테니까요.

봄 날을 맞아 우리는 그 노란 민들레 옆에 작은 텃밭을 꾸렸습니다. 오이, 가지, 토마토와 고추, 저 멀리 옥수수를 심을 좁다란 여유를 두고 아래로 돼지감자도 조금 심었고 아랫마을 아저씨께서 나눠주신 상추와 비타민, 케일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과일을 심고 싶다는 아이들의 바램을 몰라라 하기 어려워 딸기 모종도 조금 샀는데 아직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네요.

노란 민들레처럼 묵묵히 그 자리에서 빛을 내주던 개척자의 뚝심 있는 일꾼, ‘봉고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0여 년을 족히 넘기는 동안 안 가본데 없는 승합차로 사람만이 아니라 여느 짐 차 못지않게 안 실어 본 것 없는 봉고가 드디어 우리와 이별을 했습니다. 많은 추억이 담겨있는 봉고와의 이별을 담담한 척 받아들이고 있는 어른들과는 달리 11살 다후는 서운함을 참기 힘들어 했습니다. 봉고는 다후가 아기였을 때부터 탔던 차이기도 하고 개척자 이모, 삼촌들과의 기억을 만들었던 장소이고 또 움직이는 놀이터였습니다. 봉고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을 때에도 다후는 봉고에 혼자 들어가 맘놓고 뒹봉고.jpg 굴며 장난치다 한 잠 푹 자고 나오기도 했던 듬직한 친구였습니다. 봉고가 떠나기 전 날 다후는 봉고와 인사를 나누며 얼마나 울었는지…. 굵은 눈물을 닦아가며 봉고를 쓰다듬어 주었답니다. 이별은 어느 때든, 상대가 누구든 힘을 들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번 주간엔 오래 된 친구와의 이별도 있었지만 공동체 식구 모두가 기다려왔던 감동적인 만남도 있었습니다. 드라마에도 클라이막스가 있고 콘서트에도 유명 인기인은 후반부에 짜잔~하고 나오듯이 샘터 소식의 절정부분인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바로 가희의 둘째 동생이자, 신이의 남동생인 궁이의 탄생허철 간사와 민정 간사의 셋째 출산 소식입니다. 이틀간의 가진통 이후 박정숙 조산사(개척자들 간사출신 ㅋㅋ)의 차분하고 다정한 도움으로 민정간사는 자신의 집에서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제가 잠시지만 곁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지요. 정말이지 생명 탄생의 자리는 숭고하고 겸손함 자체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러한 자리에서 시된장.jpg 작 되었다는 것을 새삼 떠올리니 다시 한번 소중하고 사랑스런 존재들로 보이더군요.

엊그제는 봄 날 행사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된장 뜨기간장 달이기를 했습니다. 샘터 인기 상품으로 해마다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감칠 맛 나는 샘터 된장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순조롭고 또 재미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샘터 식구 신디와 미국에서 온 카야와 우리는 손발을 척척 맞춰가며 즐거운 노동을 했고 그 시간 이후 동네 작은 찻집에서 특별한 추억도 만들었습니다. 한 해 동안 우리의 식탁을 구수하게 해줄, 장을 담그고 나니 뿌듯하고 얼마나 홀가분한지 물 맑은 양평 햇살 한줌과 주변에 푸르른 소나무 덕분에 송화 가루까지 덤 해지는 샘터 된장이 무르익어가는 동안 우리 일상도 깊어가길 바래봅니다.   

 

[샘터] 할아버지, 승현, 수연, 정애, 영희, 정주, 민정, , 신디, 형우, 광일, , 한별, 반석, 예지, 예본, 다후, 가희, , 궁이. 그리고 샘터 마을공동체 가족들

1.     그리운 양평 할아버지의 건강과 궁이 그리고 산모의 건강을 위해

2.     산후조리 중에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어린 신이와 가희 그리고 공동체 아이들을 위해

3.     우리의 터전이 되고 만남의 장이 될 샘터 건축이 주님의 방법으로 진행되어지기를

4.     화창한 봄 날, 자연의 아름다움과 부지런함을 샘터 식구들이 누리고 또 닮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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