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0 로힝야 주간소식


지난 한주는 네팔로 비자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국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며 한국음식도 먹고 안나푸르나 산맥을 바라보고 휴식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일주일간의 부재로 인해 사무실과 집에 쌓인 먼지와 곰팡이를 닦아내느라 이틀에 걸쳐 한바탕 대청소를 해야했습니다. 와이콩 집청소는 조쉬나가 도와주어 빨리 끝낼 수 있었지만, 쥐똥 묻은 옷, 먼지한가득 옷을 손빨래하는 데만 3일이 걸렸습니다. 사실 아직 다 빨지 못했지만, 당장 입을 옷들만 우선적으로 빨아 놓은 상태입니다. 집을 일주일 비워 놓은 여파가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덕분에 진한 노동으로 시작한 7월입니다.


이번주에는 비랄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오랜만에 비랄에게 점심을 사주고 싶어 만남을 요청했더니 마침 종교명절로 일주일간 학교가 휴교를 시작한 날이라 시간이 되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랄과 만나면 항상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자신이 부양하고 있는 가족들과 친척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두 명이 아니라 정말 많습니다. 그렇게 넋두리하듯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이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을 평생 부양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으로 끝나게 됩니다. 그래서 비랄과의 대화는 항상 미얀마 도시 양곤으로 가는 것으로 향하게 됩니다.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가족을 모두 부양하려면 이곳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비랄은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자신은 어떻게 하면 그곳에 갈 수 있을지 고심 중이라면서 마지막엔 우리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되묻습니다. 저는 걱정되는 부분을 이야기할 뿐 도움을 준다는 어떠한 약속도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결론 없는 대화지만, 저는 비랄의 반복되는 그 이야기를 항상 듣습니다. 그가 그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걱정해줄 상대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때론 듣는 것 만으로도 상대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꾸미기]비랄과 함께 로힝야 시장 구경.jpg


비랄과의 만난 며칠 후 시작되는 종교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를 준비하기 위해 전통의상을 사러 시장에 갔습니다. 비랄에게 선물할 티셔츠도 함께 사러 갔습니다. 운이 좋게도 비랄의 인도아래 캠프9의 큰 미얀마 마켓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로힝야바자르라고도 불리는 이 시장은 미얀마 제품을 파는 아주 큰 시장입니다. 어떻게 이 많은 미얀마 물건이 이 난민촌에까지 들어오는지 상인들의 수완에 감탄하게 됩니다. 아마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 많은 상인들이 물건을 들여왔고, 모여서 팔고 있다 보니 이곳은 어느새 암묵적으로 공인된 시장이 되었습니다. 캠프로 들어갈 때도 경찰에게 시장에 물건 사러 간다고 하니 무사 통과가 되었습니다.


[꾸미기]비랄과 함께 로힝야 시장에서 티셔츠 구매.jpg


이곳에서 로힝야 전통음식인 모잉갸라는 음식도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방글라데시 음식만 먹다가 로힝야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사실로도 설레었습니다. 나오는 길에는 미얀마 믹스커피도 한뭉치 사왔습니다. 로힝야친구들이 사무실에 왔을 때 한국에서 가져온 카누커피를 줬다가 맛없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미얀마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샀습니다.

 

며칠 후 이드 알 아드하가 되었습니다. 두번째 큰 종교명절인 아드하는 고르반이라고 하는 희생제를 바치는 날입니다. 희생제로 바쳐진 소나 염소는 모두 모스크에 기부되고 고기는 무료로 나눠주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꾸미기]Eid Mubarak (이드 무바라크) ‘축복받는 이드(축제)가 되기를’.jpg


평소에 카레 국물 조금에 건더기 한 두개, 거기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전부인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다같이 실컷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합니다. 무슬림들의 이러한 종교명절에 관한 기사가 나가면 댓글에는 아직도 이런 미개한 일이 일어난다는 식의 글이 달립니다. 소가 도살되는 장면을 직접 마주하길 거부하고 그 장면을 타인에게 맡겨둔 채 돈을 대신 지불하는 방식으로 정육점에서 포장된 고기만을 소비하는 현대인들이 과연 그런 댓글을 달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가에 관해서는 의문입니다


[꾸미기]시장마다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때 잡을 소를 판매한다..jpg


오늘 저는 소가 도살되는 장면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과 로힝야친구들의 집에 초대되어 여러 번 고기를 먹었습니다. 오늘 저의 육식은 동물의 존엄보다 오늘 내게 베푼 사람들의 성의와 환대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이런 현재의 제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종래에는 동물의 존엄과 사람과의 사이에서 동물의 존엄을 선택할 날이 올까요? 아마 그 때에는 지금의 저를 후회할 것입니다. 오늘은 이드 알 아드하, 이 희생제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결정을 한 것인지 선명하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꾸미기]이드마다 운영하는 놀이기구.jpg


 

[기도제목]

1.     평화캠프의 참가자가 하루빨리 모집될 수 있도록

2.     방글라데시에 있는 스텝들의 건강을 위해

3.     로힝야 친구들과의 관계속에 신뢰가 점점 더 쌓이도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힝야난민촌 파견 활동보고&장기파견 파송식 초대장 개척자들 2022.04.29 135
공지 <로힝야 목소리 수놓기 : 그리운 집>을 소개합니다. 관리자 2021.09.03 823
공지 2020. 06.20 세계난민의 날 로힝야에서 온 편지 개척자들 2020.06.20 177
공지 2019년 개척자들 평화캠프가 열립니다 관리자 2019.04.26 396
공지 2019년 로힝야 긴급구호 후원요청 개척자들 2019.02.21 231
공지 [긴급구호-로힝야 부족] 로힝야 부족의 생명을 살립시다. 개척자들 2017.11.28 244
106 2023년 10월 난민촌 방문일지 file 관리자 2024.01.11 22
105 2022년 9월 25일 방글라데시 로힝야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9.29 89
104 2022년 9월 19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9.20 65
103 2022년 9월 11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개척자들 2022.09.12 86
102 2022년 9월 4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개척자들 2022.09.12 56
101 2022년 8월 29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개척자들 2022.09.12 44
100 2022년 8월 22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8.27 57
99 2022년 8월 15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8.26 47
98 2022년 8월 8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8.09 56
97 2022년 8월 1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8.01 52
96 2022년 7월 25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7.25 49
95 2022년 7월 17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7.17 54
» 2022년 7월 11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7.13 62
93 2022년 6월20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22 69
92 2022년 6월13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14 58
91 2022년 6월 5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06 58
90 2022년 5월 30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30 53
89 2022년 5월 24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25 59
88 2022년 5월 15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16 61
87 2022년 5월 8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09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