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8 10:48
방글라데시에서 온 소식입니다.
지난 주 일요일과 월요일에 지구촌구호연대(GRAS)라는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한 목사님이 쇼불리가타(Shobiullah Khata)라는 난민촌에 병원을 열었습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과 연이 닿아 친해졌는데요. 새해에 방문하여 운 좋게도 라면을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말을 잘하시는 하룬 아저씨는 언제 한번 와서 이곳에 오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 달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 앞에서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놀았습니다. 또 처음으로 종이접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저희는 일요일 저녁에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쇼미네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쇼미는 집안이 힌두교를 믿는 가정이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때로부터 이어온 오래된 집에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있는 문을 보는데 집 문이 닳은 것을 통해 정말 오래 된 집인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주 맛있는 저녁을 차려 주셔서 감사하게 먹고 얘기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주는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하룬 아저씨는 지금 비가 오면 농삿일이 안되는데 비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보다 날도 좀 더 추워졌습니다. 한국의 추위 정도는 아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긴 팔을 입어야 하고 사람들은 목도리도 하고 다닙니다.
저희는 이번 주에, 전에 방문하여 그림을 그렸던 곳에 다시 찾아 갔습니다. 쿠투팔롱과 발루깔리2 지역에 갔는데요. 아이들을 다시 만나 그림 그리기가 아닌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서 였지요. 종이접기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림은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스스로 그려 나갈 수 있었는데 종이접기는 조금 더 주의산만한 활동이 되었고 결국에는 한 명씩 접어줘야 해서 종이접기 공장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지요. 그래도 다시 찾아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발루깔리 2 G-4난민촌에 방문했을 때, 다음에 올 때는 사탕을 가져와 달라고 한 어른이 부탁을 했었어요. 그래서 잊지 않고 사탕을 가져갔죠. 아이들과 함께 종이접기를 하고 난 후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종이접기를 하기 위해 색지를 준비 했었는데 그 색지에 그림을 그렸어요. 생각보다 그림들이 색지와 잘 어울렸습니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사탕을 나눠주려는데 금새 아이들이 달라붙었습니다. 자리에 앉아라, 한 명씩 주겠다고 얘기를 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아이들이 마구마구 몰려들었지요. 사탕을 라일리가 나누어 주었는데 받았는데 안 받았다고 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생을 했습니다.
이번 주에 평화캠프 준비를 했습니다. 양평 샘터와 소통을 하면서 일정을 짜고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주부터 홍보를 하며 2018 로힝자 난민촌 평화캠프 참가자를 모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보 기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기대합니다.
금요일에는 로힝자 친구인 배럴을 만났습니다. 오전에 배럴 집에 가서 얘기를 나누고 이 곳에 아이들이 또 많이 놀러와 종이와 색연필을 꺼냈습니다. 배럴의 누나가 저희에게 맛있는 점심식사를 대접해주었습니다. 정말 맛있어서 많이 먹고 라일리는 다시 속이 잠깐 안 좋아 졌습니다. 이곳에서는 조금만 과식을 해도 금방 탈이나더라구요. 배럴은 자신의 가족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UNICEF Codec이라는 곳에서 아이들 언어(미얀마, 영어) 교육을 했었는데 급여가 너무 작아서 일을 그만두고 새 일을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는 누르와 함께 로힝자 언어를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색깔, 신체부위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물어보고 문장으로 기록을 했습니다. 아마 다시 사탕을 나눠주면 아이들과 더 소통을 하며 나눠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언어공부 시간이 끝날 때 즈음 누르가 갑자기 공책과 연필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음과 모음에 대해 알려 달라고 했고 저희는 하나씩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을 미얀마어로 하나씩 적어 나갔고 자신의 이름을 한국어로 써 보기도 했습니다. 누르에게 다음에 2월에 오면 한국과 미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와서 더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누르는 새로운 친구가 올 것을 기대했고 로힝자의 상황을 더 알릴 수 있는 기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도제목 입니다.
- 2018 로힝자 난민 평화캠프가 잘 준비되고 사람들도 조기 모집될 수 있도록
- 저희들의 활동이 로힝자 사람들에게 쉼이 되기도, 또 웃음을 만들어가는 활동이 되기를.
- 로힝자들이 하루 빨리 난민의 삶에서 벗어나 삶의 존엄을 지키고 누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