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8

9월 셋째 주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주에는 마을이 아주 시끌벅적한 기간이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집에서 마을에 아주 큰 장식을 만들고 밤이면 댄스파티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우리마을의 촌장 집 둘째아들입니다. 그는 해군입니다. 길에서 만난 그는 우리를 결혼식에 초대해주었습니다.


[꾸미기]와이콩 마을 결혼식 장식.jpg


이곳 방글라데시에서는 결혼식이 있는 곳마다 큰 성모양의 장식물을 마을 입구에 세우는 것이 풍습입니다. 촌장님 댁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라 그런지 마을을 뒤덮은 장식의 스케일도 남다릅니다. 다른 때 길을 오며 가며 보던 것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꾸미기]결혼식 장식을 배경으로 선 우리집 아이들.jpg


성대한 결혼식을 축하하며 댄스파티가 열렸습니다. 마을에는 할례를 받거나 결혼을 하는 등 경사스러운 날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댄스파티를 엽니다. 댄스파티에는 마을에서 춤을 잘 추는 아이들이 춤을 선보이고 어른들은 춤을 잘 춘 아이에게 용돈을 줍니다. 우리집 작은 아샤는 저번 댄스파티 때 춤을 잘 춰서 300다카(4000)를 벌어왔습니다. 이번에도 아샤는 예쁜 옷을 입고 댄스파티를 휘어잡고 왔습니다.


[꾸미기]댄스파티를 위해 한껏 꾸민 작은아샤.jpg


며칠 후 사무실에서 돌아와 쉬고 있는 오후에 이웃집 아이가 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차를 마시자며 가자는 아이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아이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도착해 보니 차를 마실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집안에는 혼절해 누워있는 여성과 여성을 깨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저를 의사대용으로 부른 건지, 아니면 진짜 차를 마시자고 부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제가 오자마자 환자를 저에게 맡겼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르고 안되는 언어로 왜 이렇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알아들은 것으로는 이라고 불리는 이나라의 기호식품(나뭇잎에 특정 열매를 싸서 먹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씹어 먹다가 사레가 들려 기침을 심하게 했고 그 후에 혼절했다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기도에 무엇이 걸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정신을 잘 못 차리고 마치 약에 취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일단은 기도에 무엇이 걸려있다고 가정하고 뱉어 내고 게워 내고 마사지를 하는 것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병원에 안가도 되냐고 물어도 사람들은 병원에 데려 갈 생각은 없어 보였습니다. 다행이도 몇 번을 게워 내고 나자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저도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마을에서 저를 의사대용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으면 좋으련만, 그저 가정집 구급상자수준의 처치정도가 다입니다. 여기와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방글라데시산 의약품 성분과 효과, 그리고 부작용이 적힌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의사인 누르바샤르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을 확인해가며 가지고 있는 약의 효능 등을 알고 기본 의약품을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상처연고, 피부연고, 소화제, 지사제, 감기약, 알러지약, 등등의 것들입니다. 이곳에 저 말고 진짜 의사가 살고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공공 보건소가 마을마다 생기면 좋겠습니다.


[꾸미기]RTS학교 회의.jpg


이번주에는 RTS학교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현재 RTS8학년이 거의 끝나갑니다. 10월부터는 9학년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지금의 두배의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중등교육을 끝내고 9학년 고등교육을 시작할 지, 아니면 이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새로운 아이들을 받아 5학년을 다시 시작할 지 결정하는 회의였습니다. 우리는 심도 깊은 회의를 했고, 회의의 결과를 가지고 각자의 그룹으로 돌아가 다시 얘기를 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시점에서 결과는 5학년의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8학년을 마친 아이들은 중학교육을 모두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 중 3명은 어린아이들에게 놀이교육을 하는 INGO의 강사로 채용되어 일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른 아이들 중 일부는 다른 캠프의 고등학교 혹은 캠프 밖의 방글라데시고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RTS에서의 배움을 토대로 쉽지 않은 난민캠프의 삶을 잘 해쳐 나가길 바랍니다. 새롭게 학업을 시작하게 될 20명의 어린 학생들도 이 학교에서 희망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꾸미기]석양을 바라보며 돌아오는 퇴근길.jpg


[기도제목]

1.     파견 나온 멤버들의 건강을 위해.

2.     RTS학교 졸업생들의 앞날의 안녕을 위해

3.     새롭게 입학하게 될 RTS 학교 학생들이 학업에 흥미를 느끼고 배움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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