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주는 여러분께서 기도해주셔서인지 두통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주는 3번이나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덥지 않은 날이 많았습니다. (덥지 않다고 해봐야 27도정도입니다.) 비가 이토록 반가울줄이야! 비가 오니 춤이 절로 나왔습니다.


[꾸미기]비가와서 신남.jpg


그런 저를 보며 아이들이 웃었습니다. 비를 보다보니 우기때는 얼마나 비가 많이 올지, 이 곳은 침수가 되는지 등이 궁금해 죠쉬나에게 물어봤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은 침수가 되진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옆마을 발롱깔리와 난민촌 곳곳은 우기때 몸까지 비가 차곤 합니다. 1달은 거의 매일 비가 오고 나머지 두 달은 오다 말다한다니, 한달은 참 우울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마을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월요일 새벽 5시 마을의 15살 소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우리집 50미터정도 떨어진 이웃집의 아이였습니다. 죠쉬나를 따라 집에 가보니 어머니는 친구의 품에 안겨 절절하게 울고 있었고 죽은 아이는 천에 덮여 있었습니다. 동네의 모든 부인들이 모여 위로하고있었습니다. 아이는 2달전부터 하혈이 안 멈춰 그날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어린 소녀의 죽음이 마을모두를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집의 바삐(라샤다마미의 아들)는 아침부터 동네청년들과 무덤을 팠고 다음날 힘들어 몸져누웠습니다. 아이의 시신은 모스크로가서 이맘의 기도를 받고 무덤으로 옮겨졌습니다. 그 후 3일간은 초상집에서는 불을 사용해 음식을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 대신 동네사람들이 돌아가며 초상집가족들의 밥을 챙기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초상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과는 반대인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고, 마음이 전해지는 좋은 방식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침 전해줄 것이 있어 우리집에 들른 RYC의 아민과 RTL의 알롬도 소식을 듣고 함께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들은 로힝야의 장례도 이와 같다고 전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꾸미기]마을탐방.jpg


다음날 컨디션이 좋지 못한 저는 집에 남고 하띠가 마을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2km정도의 거리를 탐방하며 마을 안쪽 깊숙이까지 보고 왔습니다. 이제 곧 난민촌둘레 마을들을 탐방하기전 워밍업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탐방의 목적을 어떻게 할 지와 주의점들을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이제 탐방을 통해 만나게 될 사람들과의 다이나믹이 기대됩니다.


[꾸미기]마을길.jpg

[꾸미기]마을 우물펌프.jpg

[꾸미기]빨래하는 죠쉬나와 물놀이하는 아이들.jpg

[꾸미기]마을안 카페에서 아주머니들과.jpg


한가지 더 마음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는 죠쉬나의 친척인 부인이 남편에게 매를 맞고 저에게 약을 달라고 온 일이었습니다. 부인은 아들 둘을 둔 젊은 엄마였는데, 막대기와 발로 여기저기 얻어맞아 멍과 상처가 가득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이 문화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때린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도 않습니다. 태어나 제 눈으로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여성은 웃으며 죠쉬나와 농담을 하기도 하고 남편 흉을 보기도 하며 겉으로 괜찮은 듯 보였지만, 마음이 어떨지 너무나 걱정되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때렸을 텐데 엄마가 맞는 것을 본 아이들도 걱정되었습니다. 언어가 조금 더 자유로웠다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최선을 다해 위로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낮에 약을 발라주고 그날 오후 또 때려 약을 더 발라주었습니다. 이 마을에 있으면서 가정폭력에 내가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일까? 고민이 많아집니다. 다행히 우리집 죠쉬나와 자벳은 정략결혼이 아닌 러브메리지라고 부르는 결혼을 해 남편이 부인을 때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 어떤 날 내 눈 앞에서 직접적 폭력을 목격하게 되었을 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리 고민하여야겠습니다.

또 한가지 마을의 안 좋은 소식은 이웃집 청년이 마약을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적발되어 감옥에 가게 된 일입니다. ‘야바라는 이름의 이 마약은 이곳에 아주 흔한 마약입니다. 이 마약은 사실을 확인할 순 없지만, 호스트커뮤니티에서 말하기로는 로힝야 사람들이 들여와 퍼뜨렸다고 말합니다. 항구도시 테크나프로 들어온 이 마약은 콕스바자르를 거쳐 곳곳으로 퍼져나갑니다. 그래서 이곳 경찰들과 군인들은 마약단속을 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기도 합니다. 죠쉬나는 저녁에 소식을 듣고 울고있는 청년의 어머니를 위로하러 갔습니다. 청년은 콕스바자르로 이송되었고 10개월동안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보석으로 5만다카를 내면 풀어주지만, 서민들에게는 너무 큰돈입니다. 다음날 만난 청년의 어머니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눈가에는 물기가 서려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들 사이에 마약이 유행한다는 소식을 최근 들었는데, 이곳에서도 어린아이부터 청년까지 가까운 사람들이 마약으로 감옥에 가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꾸미기]이드 알피트르에 선물할 옷을 위한 천구매.jpg



이번주는 주위 이웃들의 슬픔에 함께 물드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슬픔을 함께하듯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금식의 한달이 끝나고 곧 시작되는 이드 알피트르(Eid fitr)가 기쁜 축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함께 있는 우리도 이 곳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는 존재가 되면 좋겠습니다.

[꾸미기]아샤,샤띠,쇼르조와 함께.jpg



[기도제목]

1.     방글라데시의 더위와 환경에 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2.     활동을 지혜롭게 잘 기획하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3.     지치는 날씨에 우울함이 찾아오지 않도록.

4.     두통약을 먹는 날이 많은데, 두통이 잦아들도록.

5.     올해 줄어든 로힝야 목적후원이 다시 채워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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