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날씨가 온갖 변덕을 부려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라산은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데 저기 저 바다 끝에 닿은 하늘은 파란 빛을 띠고 있는데 강정은 비가 내리는 광경이 몇 번이나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너무 너무 추웠지요. 영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꾸미기_12. 홀로 트럭을 막고 있다 밀쳐진 김성환 신부님.JPG


 이번 주에는 공사장 정문 앞에서 몇 개의 작은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모두가 인간띠잇기로 춤을 추고 있을 때도 어김없이 혼자서 앉아 트럭을 막는 김성환 신부님. 그런데 이 날은 대형트럭운전사가 신부님이 바로 코앞에 앉아 있는 걸 보지 못했는지 신부님을 밀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가 비명을 질렀고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나 다들 뒤늦게 알아차리고 달려왔습니다. 이후에 트럭운전사가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며 사과했고 신부님이 다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갈 뻔 했지만 그 상황 자체가 아주 위험했을 수도 있기에 방송사 뉴스로까지 나갔습니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그런 상황에도 경찰들이 가장 더디게 반응했다는 것입니다. 상황에 무뎌가는 것인지 그곳에 있는 존재들의 존엄성에 대해 개의치 않아하는 것인지 경찰들로 인해 저는 한 참을 분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꾸미기_13. 매일의 인간띠 잇기 행사 아득한 평화의 길 위에서.JPG


 한 편 군관사 건립 문제를 두고 여전히 공사장 앞 천막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4시간을 잠깐이라도 놓치지 않고 몇몇 사람들이 돌아가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며칠 전 밤에는 한 손님이 나타났습니다. 젊은 남자였는데 3-4년 전 구럼비가 발파 전후로 공사장 정문에서 용역으로 일했었던 분이었지요. 강정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생기고 육지에서 살고 있는데 그때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던 강정사람들이 보고 싶어 강정에 들렀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때 지킴이들이나 신부님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고 그때 거칠게 했던 행동들에 대해 후회하고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용역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강정사람들을 응원한다는 말을 하고는 떠났습니다. 정문에서 공사장 인부 트럭운전사 경찰들에게 이야기할 때 저 사람이 과연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까 의문이 들 때가 대부분이지만 정말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과 생각이 점차 변하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뜻밖의 방문에 이 추운 날씨에 많은 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꾸미기_11. 개신교 월례기도회.JPG


 이 추운 날에도 강정을 잊지 않고 매달 찾아주시는 육지개신교분들이 어김없이 월례 강정기도회를 미사천막에서 진행했고 에밀리 동원은 고등학교 수험생처럼 매일 밤늦게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난징학살추념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호수는 지킴이 친구들과 공부모임을 함께하고 있는데 저녁이면 오손도손 모여 앉아 생각을 나누고 함께 배워가는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꾸미기_14. 난징 학살 추념식.JPG


다음 주에는 육지에서 뵙겠습니다.

 

기도제목

1.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잠재적 평화의 기운이 여기저기 심겨지고 있음을 신뢰하며 강정마을 지킴이들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2.      이번 오는 토요일 열리는 난징대학살 77주년 추모식 심포지움을 통해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역사의 적극적 관여자가 될 수 있는 동기부여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3.      이사를 앞두고 있는 제주공동체가 심적,물리적 준비들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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