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동원이가 전합니다.

청년광장이라는 이름의 대학생단체가 마을에서 봉사활동 중입니다. 작년에 60여명의 청년들을 방문하고 올해로 두 번째입니다. 작년 마을에 왔던 청년들이 후배 청년들과 함께 다시 찾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작년에는 청년광장 방문일정을 돕고 함께 일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꾸미기_20150718 강정마을봉사활동을 온 청년광장과 강동균 전마을회장.jpg


올해도 강정의례회관에서 밥을 해먹고 잠도 잡니다. 개척자들이 강정에서 사역을 시작했던 2011년 의례회관 모습이 떠오릅니다. 방문자가 날마다 넘쳐나고, 술과 음식 그리고 노래와 춤으로 끊이지 않았던 의례회관이 그리웠는데, 청년들 덕분에 의례회관이 다시 살아납니다. 올해는 저를 대신해서 청년광장의 방문을 여러 지킴이들이 준비해줬습니다. 주민과의 간담회에 누굴 모실까 고민하더니 강동균 전 마을회장을 섭외했습니다. 한창 활동하실 때의 모습과는 달리 마을에서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는 어느 지킴이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청년들 방문이 꺼져가는 주민의 자존을 살리는 귀한 구실이 되었습니다


꾸미기_일손을 돕는 청년들 모습.jpg


농사일로 마을 일에 잘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 찾아가 일손을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청년들 방문과 직접 찾아 뵙고 여쭈어서 사람을 연결해주는 지킴이들 덕분에 마을에 좋은 기운이 돕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도 있었습니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과 더불어 마을 일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청년들의 귀한 일손 빌어 쓰는 게 눈치가 보입니다. 며칠 전, ‘우리 밭에 청년 몇 명 보내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마을회에 하기 어렵다는 주민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마을 살림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나서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 위축됩니다. 지킴이들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운동에 나서지 않는 사람들 탓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말자는 사람도 있는데 이걸 중재하고 해결할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청년들의 방문으로 인해 꺼져가는 주민의 자존을 살릴 수 있었지만, 이런 기회와 노력이 더 절실합니다.


꾸미기_20150719 평화박물관 견학.jpg


지난 토요일 에밀리와 함께 평화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제주 개척자들 사역 중 월마다 하는 평화기행이 있습니다. 제주와 사람을 더 알고 공부하며, 평화를 더 이해하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입니다. 평화박물관은 제주 서쪽에 위치한 가마오름과 나란히 있습니다. 사립 박물관인데, 일제식민시대 때 강제노역으로 가마오름에서 땅굴을 팠던 아버지의 아들이 박물관을 세웠습니다. 제주에서 운수업으로 번 돈을 몽땅 가마오름 매입과 박물관 건립에 사용했습니다. 강제노역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아버지의 모습에 아파했던 아들이 비극의 과거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결심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팠던 땅굴을 아들이 다시 파서 그 당시 사용했던 물건들을 발굴해 전시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땅꿀을 헤매며 땅굴 지도를 만들고, 그 땅굴에 관람객들이 들어가 볼 수 있도록 복원했습니다. 일제가 전쟁을 위해 제주와 그 사람들을 갈귀갈귀 상처냈던 흔적들을 박물관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박물관이 전하는 평화이야기의 순전한 목표 속에 국가주의와 애국주의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뜬금없이 해병대 전차가 정원에 전시되어 있고, 애국주의와 반공주의를 담은 6.25전쟁 홍보물도 전시해놨습니다. 나무숲학교 아이들 데리고 평화박물관 가고 싶은데, 고민입니다.

이번 주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기도제목]


1)    박근혜 정부가 815 특사를 검토하면서 제주도와 새누리당은 강정마을 특별사면을 건의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는 우리들은 죄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용서의 방향과 방법이 옳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 갈등해결 한답시고 더 갈등을 부추길까 걱정입니다. 사회의 지도자들이 강정의 문제와 아픔을 왜곡하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병가 중인 에밀리와 말똥이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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