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4월 13일 월요일은 군축세계행동의 날이었습니다. 강정에서는 이러한 날을 국경일처럼 지킵니다. 몇몇 사람들이 함께 피켓을 만들었는데, 영어 중국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로 만들었습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윤애도 피켓을 만드는 작업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 피켓은 가톨릭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1인 시위 형태로 사용되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군사비용 지출이 세계 10위를 기록했습니다. 그 비용 안에 사람들의 터전을 힘으로 빼앗아 건설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비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군사비가 큰 만큼 사람과 생명, 공동체의 희생도 크다는 배움을 얻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열번째로 사람과 생명 그리고 공동체의 희생이 큰 나라입니다.

슬픔의 시간이 압축된 4월, 우리가 함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날이 있었지요. 세월호 참사 1주년이 지난 오늘, 그 슬픈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한 살아있는 자들의 노력은 희생자들이 만들어준 선물과도 같습니다. 강정 앞바다에서 세월호를 인양하자는 희망을 인양하는 작은 행동을 했습니다. 물 밑에 가라앉은 큰 현수막을 카약을 탄 사람들이 들어 올리는 행동이었습니다. 16일 밤에는 서귀포 시내에서 1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이 날 시내에서는 조용필의 ‘친구여’를 합창하며 우리 마음 속에 살아있는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산에서는 세월호대책위원회 후원을 위해 고사리 꺾었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보고 어른들은 ‘고사리 같은 손’이라 말합니다. 땅에서 솟아 오른 고사리 손들도 함께 희망을 거들었습니다.  

지난 소식에서 영등할망이 강정마을을 방문한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영등할망이 제주 전역을 돌며 풍요와 행복을 기원한 후 강정마을로 다시 돌아와 하늘로 돌아가는 내용의 의식을 치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영등할망 가시는 길에 복을 빌어드렸습니다. 백성을 구제한 것에 대한 감사함과, 다시 돌아올 것에 대한 기대와 기쁨을 안고 의식을 잘 마쳤습니다.

미국에서 파코와 실버는 엘레헴 원주민 공동체에서 마지막 상영회를 마쳤다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약 5주간의 강정투어를 하며 그간 미국 동서부 15개 지역에서 구럼비바람이분다 다큐 상영회 16차례, 강정프레젠테이션 17차례,  7차례의 여러 인터뷰와 시위참여 등 놀라운 만남들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강정법률지원금도 7천불 넘게 모였다니 상영회 투어에 함께 한 모든이들에게 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동원은 비 내리는 주말을 이용해 한라봉 밭에 가서 꽃 따는 작업을 도왔습니다. 사역을 하는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가장 자연스럽고 보람 있는 방법이 일손을 거드는 일이라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동원은 주민들 이야기, 이웃들 이야기를 듣게 되고, 주민들에게는 강정 지킴이들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지난 주 제주 소식은 여기서 마칩니다. 이번 주도 즐겁고 행복하세요.

[기도제목]

1.     길을 걷다 꽃향기를 맡으면 ‘아, 내가 살아있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아, 미안하구나.’ 라는 마음이 듭니다. 세월호 추모제 때 지나가는 행인이 “집에나 가”라며 소리치며 그 목소리를 하늘이 들을까 무서웠습니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생명성과 인간성을 회복하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그 희망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세요.

2.     개척자들 제주팀이 머물고 있는 중덕 삼거리 땅이 폭력과 힘이 넘볼 수 없는 평화의 장으로서 지켜지도록 기도해주세요.

3.     강정을 위해 일상처럼 평화활동을 하는 이곳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