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아픔이 외롭지 않기 위해 다가가고 환영해주는 따뜻한 모습들을 강정에서 많이 봅니다. 지난 주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이틀 동안은 기타를 만드는 공장에서 해고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전국투어콘서트를 위해 강정을 찾았습니다. 복직을 위해 투쟁의 삶을 살아온 지 3000일을 넘긴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기타로 노래를 했습니다. 기타와 노래를 통해 전달되는 흥이 강정을 지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3000일 이상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복직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따뜻한 노력들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참사로 인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얼굴이 매일 밤을 밝히도록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 주 세월호 희생자대책위 기금마련을 위해 꺾은 고사리가 금세 다 팔려 세월호 희생자대책위원회에 전달을 했다고 합니다.  강정이 희망이 있다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픔이 외롭지 않도록 아픔을 나누게 하는 것.

지난 주에도 중덕 삼거리 갤러리 공사를 했습니다. 휴가를 받은 동원이가 하루 종일 공사를 할 수 있었어요. 강정에는 유반장이라 불리는 유능한 일꾼이 있는데, 모르는 것,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낑낑대며 나무를 자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유반장이 도와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유반장이 갤러리 공사에 계속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조언을 해줍니다. 어느 날 유반장과 조앤, 김군은 태나의 책장을 만든다고 해서 동원이는 재활용하기 위해 모아둔 목재들을 나누었습니다. 그걸 옆에서 본 들풀은 자신의 공방에 모아둔 재활용 목재들을 중덕 삼거리에서 쓰라고 주었습니다. 재활용 목재들을 사람들이 함께 쓰면 좋겠다 싶어서 갤러리 앞에 쌓아두었습니다. 그랬더니 갤러리 앞에는 작은 목공방이 되어 너도나도 나무를 가지고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나무가 보기 좋은 가구가 되고, 사람들이 일손을 나누기도 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갤러리 공사 때마다 일손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중덕 삼거리에서 지어지고 있는 갤러리가 허락된 시간 동안만큼이라도 사람들이 즐겁게 사용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나가는 올레 꾼들도 그 안에서 강정을 느끼고 가면 좋겠고요.

일요일에는 강정오름 동호회에서 고사리 꺾기 산행을 했습니다. 에밀리와 동원 모두 함께 했지요. 눈에 바로 보이는 고사리는 없었지만, 가시덩굴을 헤치며 숨어있는 고사리들을 찾아 꺾었습니다. 온 몸에 가시에 긁힌 상처들이 보입니다. 올해에도 고사리 잘 말려서 양평에 보낼까 합니다. 그곳에서 한 달에 한번 마을 공동체 식구들 모두가 식사하는 날에 나누면 좋겠습니다. 고사리가 제법 굵고 맛 좋습니다.

 경남 산청 민들레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마을을 다녀갔습니다. 저녁에 와서 개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날 아침 생명평화백배를 드리고 떠났습니다. 민들레학교 학생이 한 질문이 생각이 납니다. “어쩔 수 없는 이 일을 왜 포기하지 않나요?” 이 질문에 에밀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어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쩔 수 있는 것과 어쩔 수 없는 것 사이에 무엇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지 더 궁금해지는 대답이었지만, 민들레학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이 어쩔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강정사람들을 보고 작은 숙제를 안고 갔을 것이라 보입니다. 방문해준 민들레학교에 고마웠습니다. 우리도 어쩔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추스를 수 있었으니까요.

이번 주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이번 주도 행복하세요.

[기도제목]

1.      따뜻한 공동체를 꿈꿉니다. 제주의 상부상조 정신인 수놀음 정신이 귀합니다. 강정마을이 만남을 통해 소통하고, 마음을 통해 나누는 일상이 점점 회복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제주에서 사역하는 동원과 에밀리 그리고 강정을 지키는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