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힐라 캠프에 음악교사로 참여하였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아는 것도 없지만 단지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교사로 서게 되었다. 

힐라 학교 아이들이 평상시에 어떤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클래식을 통해 공감과 표현을 해 보고 싶었다. 


이 세상 모든 음악은 그 곡을 작곡한 작곡가의 생각, 마음, 감정들이 담겨 있다. 

대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슴 아픈 헤어짐을 콘트라베이스의 무거운 선율로 애절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그 음악을 들으면서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웅장함과 애절함을 함께 느끼듯 

힐라 학교 아이들도 음악을 통해 공감해 볼 수 있길 기대했다. 너무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은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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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를 갖게 했다. 

눕기도 하고 벽에 기대어 다리를 쭉 뻗기도 하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집중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이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모차르트가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평안함을 함께 느낄 수 있길 바랬다.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더라도 이 세상 모든 것이 악기가 될 수 있고(심지어 침묵도) 

그 악기로 내가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빈 페트병에 콩과 쌀을 넣어 악기를 만들었다. 

어떤 것을 얼마만큼 넣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악기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악기는 타악기였으므로 두 종류의 리듬을 만들고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맞추어 페트병악기를 가지고 함께 연주해 보았다. 

음악을 통해 공감해 보는 것, ‘표현해 보는 것 내가 이번 힐라 캠프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함께했던 아이들은? 글쎄??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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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열흘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출발할 때 아침 비행기여서 새벽 일찍 집을 나섰는데 

집에 들어서니 떠날 때의 어수선함과 설래임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녀온 짐들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 저녁을 준비하니 너무 빨리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와 버린 것이 아쉽고 속상하기까지 했다. 

내 몸은 이미 일상으로 돌아와 움직이고 있었지만 난 내 나름대로의 되새김질을 계속 하고 있다. 

나의 되새김질은 맛있게 먹었던 열대과일도 아니고 갑작스런 비를 피해 찾아간 낭만 가득한 카페도 아니고 

주부로서 만난 말레이시아의 놀라운(?) 물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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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힐라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선생님들과의 만남이다. 

이젠 우리 아이들에게 삼촌이 되어버린 헨리, 부산에서 온 대안학교 고3, 트럼펫 불던 보람, 중고등부 전도사인 동완전도사님,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던 매일 칼라렌즈를 바꿔 끼우는 자스민, 

토요일마다 힐라 학교를 찾아와 아이들과 체육활동을 한다는 잘생긴 삼성아저씨, 

끝까지 우리와 일정을 함께한 출장차 온 난민센터 모조와 미쉘, 좀 넘쳤던 조나단, 똑똑한 데이빗, 

선빔에서 아이들을 돌보시는 열정 가득한 멜리사 선생님,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에녹과 에스더 선교사님, 


그리고 어느새 성장하여 교사로 우뚝 선 우리 아이들 예지, 반석, 드림, 사랑, 하늘 그리고 아직도 먼~~막내 현준. 

짧은 영어실력에 본의 아니게 입을 다물고 살아야 했으므로 많은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지 못했지만, 

틈틈이 그 분들의 삶의 이야기, 힐라 캠프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 

힐라 학교를 떠나지 않고 아이들도 함께 생활하게 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면서 이 자리를 선택하고 지키며 살아가는 힐라의 선생님들과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힐라를 찾아왔던 많은 분들의 삶의 이야기가 자꾸만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 소중한 경험들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나의 핵심 기억저장소에 남을 수 있도록 나는 천천히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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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말레이시아 힐라캠프 참가자 조명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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