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아체 평화캠프 참가 소감문 (김나현)

2012.11.15 16:18

개척자들 조회 수:2132

After Peace camp... 
꾸미기_IMG_7046.JPG


 
안녕하세요. 아체 캠프 참가자 김나현입니다. 아직도 아체의 열기가 제 몸에 남아 있는 지금, 다시금 아체를 생각하려니 그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자 이제 제 peace camp이야기를 처음부터 들려드려야겠군요. 

작년 동티모르 참가자였던 친구의 경험담 만으로 덜컥 아체캠프에 신청해 놓고 항공티케팅이며 우왕좌왕 준비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저는 아체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처음 공항으로 마중 나오신 언니 사하자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또 트럭 뒤에 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땐 그 교통수단이 앞으로 계속 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지만요. 그렇게 마주했던 3R... 왜 샘터 간사님들께서 많은 기대를 불어 넣어주셔서 인지 많이 실망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별품 없는 시골마을 이었으니까요. 앞으로 다가올 원시생활 플로아체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불평만 늘어놓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게 기쁨을 주지 못했습니다. 다 별볼일 없어 보이는 다 똑같이 생긴 외국인일 뿐이었으니까요. 어찌어찌 꾸찡이 내게 주는 평화에 의지하며 지내다 드디어 정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정말이지 정글이라는 단어가 매우 잘 어울리는 곳 이었어요. 원숭이도 볼 수 있었고, 박쥐와 함께 살며, 도마뱀 개미집에 잠시 얹혀사는 생활이었습니다. 
첫날 그런 상황을 앞에 두고, 혼자 미친 듯이 샴푸를 묻혀 걸레질을 하다가 화장실 구석에서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 난 왜 여기 있는 거지? 갑자기 제 친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얘는 여기가 어디가 좋다는 거야. 동티모르는 상황이 더 좋은가? 저 자신 나름대로 그 동안의 고생을 생각하며 눈물 흘렸던 거지요. 하지만 남모를 눈물을 찔끔 흘려도 무심한 햇살과 울창한 푸른 밀림은 변함없는 그대로 입니다. 그날 통통배를 타고 온 피로를 힘입어 꿀 잠을 잤습니다. 
꾸미기_IMG_0195.jpg


 
다음날 캠프 시작일입니다. 정주 간사님께서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발표하라 하십니다. 솔직히 말했습니다. 실망했고 우울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꾸찡이라고. 누군가를 위해 봉사했던 경험이 소중했고, 여기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그렇게 둘째 날 셋째 날 워크샵은 끝을 향해 가고, 나도 정글인이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젠 발표하는 시간도 두렵지 않습니다. 언어, 종교, 어떤 것도 우리의 생각을 나누는데 있어 가로막을 장벽은 없었습니다. 물론 힘든 시간도 있었습니다. 청소년 참가자들이 와서 새로운 팀으로 활동했을 때, 한국인이 저밖에 없어서 소외 받는 일이 잦아 시무룩하기도 했고,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의 지나친 종교 발언으로 인해 얼굴이 붉어질 뻔도 하였습니다. 또 몸이 너무 아파 쓰러지고 앓아 누운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 빠듯한 일정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이 힘든 상황에서 하나가 됨을 경험했습니다. 같은 것을 보며 웃었고, 같은 것을 두고 슬퍼했으며,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같은 바다를 마주하여 같은 평화안에 있었습니다. 특히 말랑말랑 춤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더라지요. 우린 서로 너무도 달라 온전히 하나가 될 순 없었지만,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꾸미기_DSC00648.JPG



여기, 아체는 정말 제겐 신기한 곳이었습니다. 제가 그 동안 고민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 진지해지도록 만들었고, 고민해왔고 씨름해왔던 많은 것들을 날려 보내주었습니다. , 새로운 상황에서 반응하는 적응해나가는 내 모습을 보고, 내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고 내 안에 있는 여러 감정들을 대면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플로아체는 무인도 같았고 우린 난파되어 떠밀려와 어떻게든 생존해 가야 하는 난민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엔 플로아체가 원숭이도 만날 수 있을 만큼 가장 자연 본연의 모습에 가까웠기에 인간의 가장 본성인 평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꾸미기_IMG_0241.jpg


 
한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된 지금, 저는 하루에도 몇번씩 아체에 다녀오곤 합니다. 그곳에서 모두 함께 평화의 노래를 불렀던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다시 밤하늘의 별에 감탄하고,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듣고 돌아오곤 합니다. 물론 밥할 때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그립습니다. 내가 주인공이었던 신나는 꿈 안에서 깨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이 아름다웠던 2012년의 7월을 내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해두고 싶은 오늘입니다.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22년 개척자들 PeaceCamp에 여러분을 초청합니다! 관리자 2022.05.30 560
37 [동영상] 아체 지진피해마을 슬름파(Selempah)와 바(Bah) 에서의 프로그램 소개 (2014년 2월) [1] 개척자들 2014.06.05 362
36 2014 국제 평화캠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file 관리자 2014.05.31 467
35 2013년 아체 평화캠프 보고서 나눔 file 개척자들 2014.05.30 358
34 2013 아체 평화캠프가 첫 주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file Shine 2013.06.14 1807
33 2013 평화캠프 지원서 file 개척자들 2013.05.14 1282
32 2013 Aceh Peace Camp file 개척자들 2013.04.26 2646
31 2013 아체 평화캠프 file 개척자들 2013.04.16 4449
30 2013 아체 유스캠프 안내 개척자들 2012.11.19 2117
29 2012 동티모르 평화캠프 참가소감문 (임소진) file 개척자들 2012.11.15 2035
» 2012 아체 평화캠프 참가 소감문 (김나현) file 개척자들 2012.11.15 2132
27 아체 캠프팀에서 보내온 소식 입니다. Shine 2012.07.16 3269
26 아체 평화캠프팀이 현지에 잘 도착하였습니다. file Shine 2012.07.04 1926
25 2012년 평화캠프 참가 신청 방법 file 개척자들 2012.05.16 2172
24 2012년 동티모르, 아체 캠프 상세정보 개척자들 2012.05.16 2400
23 2012년 평화캠프 다섯번째 이야기 file 개척자들 2012.05.16 2422
22 2012년 평화캠프 네번째 이야기 file 개척자들 2012.05.16 2479
21 2012년 평화캠프 세번째 이야기 file 개척자들 2012.05.16 34434
20 2012년 평화캠프 두번째 이야기 file 개척자들 2012.05.16 2102
19 2012년 평화캠프 첫번째 이야기 file 개척자들 2012.05.16 2088
18 2011 동티모르 평화캠프2 file 개척자들 2011.10.13 3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