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독도방문의 파장이 위험한 너울로 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전부터 생각해오던 방문이었다고 변명했지만 이런 민감한 사안을 외교부를 포함한 핵심 행정 관료들과 의논도 하지 않고 실행한 것을 보면 측근들의 비리로 인한 지지도 하락과 4대강을 비롯한 실정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려고 국민의 반일 감정과 애국심을 자극하는 위험한 깜짝쇼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민족감정이나 애국심을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을 위해 이용하는 정치인들은 끝내 비참한 결말을 보게 되었음을 역사가 가르쳐 주고 있다. 독일의 히틀러와 유고슬라비아의 해체 이후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반일감정은 오히려 친일정권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되었다. 그러나 쇼는 쇼일 뿐이다. 쇼가 정권의 속성을 바꾸지는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깜짝쇼는 일단 성공했다. 20%도 안 되는 지지도는 84% 이상 올라왔고 국민들은 흥분해 있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문제를 상정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예전부터 생각해왔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일본의 반응에 대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린 사람처럼 당혹감과 안절부절못하는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예정에도 없는 한국 방문을 거론하며 갑자기 일본천황이 한국방문을 하려거든 먼저 사과를 해야만 한다는 둥 외교상 몹시 결례를 범하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공표하기도 하고 또 일본이 대국이니 더 관용해야 한다는 둥 비굴한 느낌까지 들게 하는 말을 하는 둥 도무지 일관성도 없고 예법에도 맞지 않는 시정잡배 같은 횡설수설을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군부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독도 이어도 함대를 창설하자고 대통령을 채근한다. 다시 울릉도의 해군기지화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울릉도 주민들의 의사를 들어보기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방송은 우리 군함들이 바다에서 포사격을 하는 장면을 연일 보도하며 국군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국민들은 마치 일사항전이라도 할 것 같은 비장함을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독가스가 우리나라를 잠식해가고 있음을 보아야 한다. 우리가 자아도취가 되어있는 이 순간에 일본에서는 6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드라큘라 같은 군국주의가 관 뚜껑을 열기 시작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군대도 소유하지 않고 침략전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아 놓은 일본의 평화헌법은 이 무서운 드라큘라를 가두어 놓은 육중한 관 짝이었는데 우리나라가 자아도취적 소동으로 시끌벅적한 사이 일본의 깊고 어두운 지하실에서는 천황 쿨트의 우파교도들이 대일본제국의 부활을 야망 하는 음산한 의식을 치르며 악령을 부르는 주문을 외우는 가운데 결코 열려서는 안 되는 관의 문짝이 삐걱거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군부도 이 반일감정과 애국심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려 든다는 점에서 같은 부류다. 이들은 독도와 이어도 함대라는 이름의 해군부대를 창설하여 군부의 몸집을 불리려고 한다. 이 함대의 창설은 일본을 더욱 군국주의화 하고 중국의 군사력을 더 증강시킬 것이다. 군사력의 증강은 국력에 곱하기로 증가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이 왜 2차 대전에서 패망했는지를 잊지 말자. 일본은 미국과의 전쟁을 포기하고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으로부터 철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민족감정에 휘둘렸다. 중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중일전쟁에서 전몰한 20만 명의 전사자들에게 면목이 없다는 주술 같은 속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전쟁이나 무력갈등 앞에서는 절대로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자멸의 길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준비 없는 독도 방문은 결국 우리나라와 일본의 우익들에게 군사력 증강의 빌미만을 안겨주어 양국이 나아가서는 안 될 퇴행의 뒷문을 열어 준 셈이다. 이는 민족감정과 애국심을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하려는 데서 기인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깨뜨리고 부활하려는 일본군국주의의 악마를 경계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궁궐의 어두운 지하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 채 너무 경솔하게 천황을 건드리고 있다.


군사력으로 대항하려고 하면 안 된다. 외교의 차원으로 무대를 옮겨야 한다. 힘을 자랑하려 들지 말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최선의 지혜를 짜내야 한다. 일본을 얕보면 안 된다. 독도문제에 대한 무대응은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없는 무식한 방식이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과 러시아와 타이완을 다 포함하여 동북아시아의 영토분쟁에 관한 동북아협의체를 제안하여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북방 4, 센가쿠열도에서의 중국 일본 간의 갈등을 끌어들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독도를 대한민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듯이 센가쿠열도를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가 영토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식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도문제에 잘 섞일 수 있는 문제들을 끌어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절대로 관 짝을 열어주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군국주의가 다시 살아나면 일곱 귀신이 들어온 것처럼 그 형국은 훨씬 위험하고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갔어야 할 곳은 독도가 아니라 제주도였다. 제주도는 해방이 되자마자 일제 36년의 업보를 다 짊어진 채 3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군경의 폭력으로 피를 흘렸다. 그 잔혹함과 비참함이 사무쳐 제주도는 평화의 섬으로 불리워졌다. 이 억울하여 잠들지 못하는 혼령들을 진혼하고 위령하는 4 3, 제주도민들은 손꼽아 대통령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렸다. 최근 몇 년 동안 4 3일이 되면 왜 그리도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쳤는지 모른다. 유족들은 칼 바람을 맞으며 대통령을 기다렸건만 단 한 번도 찾아와 주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독도를 방문했다. 그가 갔어야 할 곳은 동쪽 끝이 아니라 남쪽 끝이었어야 했다. 그는 전쟁과 폭력의 희생자들을 추념하고 지금도 군대마귀의 광기가 마을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자연유산과 문화재를 파괴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찾아왔어야 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굳건히 보존하려 들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비행과 불의를 사죄하고 바로잡는 마지막 과제를 수행하기에도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했다.


2012.8.21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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