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2 23:52
<상추해바라기. 2013.5.10. 10cm x 16cm. 볼펜과 색연필>
약 2개월전에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는데 싹이 올라와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매일 물을 주고 정성스레 보살펴오던 것을
한달 전에 아파트 1층 화단에 옮겨 심어놓고는, 푯말에 '해바라기' 라고 써 놓았다.
그런데 이웃주민들께서 그 모종을 보시고 자꾸 '상추'라고 하셨다. 나는 결단코 해바라기라고 우겼고,
급기야 사태는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어 해바라기 모종은 원래 이렇게 생긴거라고 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그것이.. 상추였다는것이 확실시 되었다. 내가 해바라기 씨앗을 심은 흙에 상추씨앗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내가 쓴 흙의 주인이셨던 정애언니의 어머니.
어머니께서 예전에 그 흙에 상추를 키운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심은 해바라기는 자라지 않았고 잠자고 있던 상추 싹들이 올라온 것인데,
나는 그것을 줄곧 해바라기라고 믿어 왔던 것이다.
상추라는 것이 확실시 되어갈 무렵, 꿈을 꾸었다.
상추 잎에서 긴 대가 올라와 노란 해바라기 꽃이 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따스한 장면이었다.
내가 심은 해바라기는 상추로 밝혀졌지만, 나는 보았다.
적녹의 상추잎에서 피어난 노오란 해바라기 두송이를.
2013.5.12. 蘭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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