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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개한목련꽃 2013.4.1.종이위에수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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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려나간 목련가지와 짧은 메모>




'15F 전시회' 그 두번째 - "피우지 못한 목련꽃을 위하여"  

개화를 단 몇일을 앞두고 시청 수목관리인들의 어처구니없는 가지정리로 다 잘려나간 아파트 앞의 목련나무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운명을 다한 수많은 꽃봉우리들에게 바칩니다.

나무가 장만해준 두터운 옷을 입고 긴긴 겨울을 따스히 보낸 꽃봉우리들은  
3월의 햇살 따스한 날, 가만히 옷깃을 메만지며 슬며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몇일 밤만 지나면 활짝 필 수 있을테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거대한 소음과 함께 나타난 트럭 위의 사람들이 전동톱으로 가지들을 몽땅 잘라버린 것입니다. 
시청에서 왔다는 수목관리인들 중 한명이 작년에 시예산이 부족해 하지못했던 작업이라며 떨어진 가지들을 정리하며 말했습니다. 
겨울을 지나온 나무인데, 그 내면의 결실인 꽃들을 막 피우려 하는 찰나였는데, 어째서 이 봄에 그렇게 해야했을까요.
잔인한 전기톱에 의해 잘려나가며 땅에 부딪힐 때, 많은 꽃들이 나무가 만들어준 따뜻한 옷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뜻하지 않게 하얀 꽃잎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뿌리도 외투도 순식간에 잃어버린 목련꽃들은 새파랗게 질려 땅에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어째서 목련나무는 꽃을 위해 그토록 따뜻한 옷을 해입혔는지요.
어째서 목련꽃은 그 두터운 옷 속에 그리도 부드럽게 하얀 꽃잎을 준비하고 있었는지요. 
어째서 사람들은 그리도 순식간에 모든 것을 끝내버린 것인지요. 

차가운 땅에 떨어진 목련꽃의 하얀 얼굴에 검붉은 멍이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시퍼런 멍, 보라색 멍, 실핏줄 터진 붉은 멍.
그 멍든 얼굴들이 왜인지 이 세상 그 누군가의 얼굴들 같았습니다.   
모르는 자들에 의해, 거대한 힘에 의해 맞고 짓밟힌 
그 고운 얼굴들 같았습니다


2013.4.1.蘭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