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녹슨 송곳

2013.05.10 11:45

난영 조회 수:912

새로산녹슨송곳_크기줄임.jpg



며칠전 송곳을 사러 상점가로 나갔는데 휴일이라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어, 결국 가까운 대형마트에 가게 되었습니다. 

송곳은 문구류를 판매하는 곳 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2층으로 갔는데, 문구류를 판매하는 곳을 한참을 뒤져보아도 

송곳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위나 칼이 있는 곳에 송곳도 있을 것 같은데.. 송곳만 없었습니다. 

직원도 보이질 않고 한참을 찾고 찾았는데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담당직원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분께 물어보았는데, 송곳은 1층 인테리어소품 파는 곳에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하는수 없이 1층으로 내려가 인테리어 소품 파는 곳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송곳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옆에 다이소 매장이 있어 가보았더니 그곳에도 없었고, 다이소 매장 점원아주머니께서

송곳은 인테리어 소품 파는 곳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송곳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십자드라이버, 톱, 뺀치 같은 뭔가 뾰족한 연장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었지만, 송. 곳. 만이 없었습니다. 

점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이리저리 찾아보셨지만 결국 그 분도 찾지 못했고, 송곳은 원래 없는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점원 다섯명에게 물어 물어 찾았는데.. 애초부터 없었던 송곳을 찾기 위해 40분의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역시 대형마트는 안되겠구나 생각하며 허탈한 마음으로 그곳을 나왔습니다. 

송곳이 어디 있는지도, 있는지 없는지도, 담당 직원들 조차도 모르는 곳. 


그 다음날 우연히 집 주변 허름한 동네 골목을 거닐다가 

오래된 공터 안에 있는 낡은 철물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장발의 철물점 아저씨는 걸걸한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내게 인사해주셨습니다.  

그 주인아저씨에게서는 갓 타온 인스턴트 커피 향이 났고, 손끝에서는 쪄든 담배 냄새가 났습니다. 

"아저씨, 송곳 있어요?" 내가 물었더니 

"어 송곳 있지!" 하시면서 금새 송곳을 가져오셨습니다. 


아저씨가 가져오신 송곳은 녹이 슬었고, 먼지가 많이 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송곳의 심이 무식할 정도로 크고 굵었고, 손잡이의 빨간 플라스틱 부분은 무척 촌스러웠습니다. 

가격은 2,000원이었습니다. 녹이 슬었고 굉장히 촌스러운 송곳인데 2,000원이나 하나 싶었지만 그것을 샀습니다. 

"아저씨, 녹슬지 않은 송곳은 없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께서는 

"뭐여? 잘 닦아서 쓰면 되지!!!" 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돌아와 송곳의 먼지를 닦고 녹슨 부분은 수세미로 박박 닦았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아주 멋지고 튼튼한 송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송곳을 써보았더니 너무나도 튼튼했고, 앞으로도 무엇이든지 다 뚫을 것 같습니다. 

철물점 아저씨처럼 뚝심있는..! 대단히 멋진 송곳입니다..! 




2013.5.10.蘭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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