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개척자들의 형제 자매들에게

 

저는 강정마을 회장 강동균씨의 체포 현장에서 강회장님의 체포를 저지하다가 고권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대책 위원장과 함께 체포되어 현재 제주 교도소에 구속 수감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기도 덕분에 큰 불편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혹 저의 갑작스런 구속 소식에 놀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작년 말 사직할 때부터 이런 사태가 닥칠 것을 예상했었습니다.

 

개척자들은 지금까지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평화를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우리의 평화활동은 결국 각국이 끊임없이 추구해 온 군사주의와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것들이었습니다. 전후의 평화활동뿐 아니라 전쟁지역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 이를 준비하는 오만스럽고 무모한 군사주의에 맞서 싸우지 않는 한 전후의 전쟁 피해자를 돌보는 일은 끊임없는 사후 처리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우리는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이런 인간의 망각이 수백만을 희생시킨 1차 세계대전을 치렀음에도 다시 수천만의 인명을 희생시킨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전쟁 피해와 참화의 기억이 망각 속으로 사라져 가면서 이제 다시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놓인 제주도가 군사 요새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군사요새란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 가치가 가장 올라가는 법입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면 아마도 미국의 역사학자 알프레드 맥코이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 교수의 예상처럼 2025년경이면 현재 동북 아시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국력이 기울어져서 서서히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미중간에 군사력 충돌을 통해 엄청난 전쟁의 참화를 가져올 재앙의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대중국 전쟁의 최전방 발진 기지로 사용될 역사적 운명을 지게 될 것이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이런 미래의 불행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저버리는 매국자들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는 국민의 힘을 빌어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단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이 군사기지가 우리나라를 핵전쟁의 잿더미로 만들 때까지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평화를 만드는 일은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봉사나 난민 자녀들을 위한 평화 교육뿐 아니라 전쟁을 반대하고 무기 제작 생산과 수출입 저지, 파병 반대, 군사 요새 건설 반대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은 그런 맥락에서 실천해 온 것입니다.

 

저는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이 해군기지 반대와 저지 운동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했었습니다. 제 지혜의 부족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실정법을 위반했다고는 해도 비폭력 평화의 길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비폭력 평화 운동가들도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저항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현재 한 건은 재판에 회부되었고 다른 한 건은 검찰에 기소된 상태이며 해상 공사 저지에 대한 고소고발 건은 아직 수사조차 안 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그리 짧지 않은 시간 구속 수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구속수사 재판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지만 법원이 해군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뿐 아니라 최성희씨와 고권일씨 모두가 불구속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저는 저의 구속 수감을 달게 받습니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자유롭고 싶지만 저의 신념과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자유를 구걸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은 때로 자신의 존재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가장 수동적이고 정적인 의사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가장 정직하고 진실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여전히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선배로서 여러분보다 더 먼저 길을 떠나야 하고 어쩌면 여러분이 들어서야만 할 길을 개척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길이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제자들과 교부들이 걸었던 길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영광스런 길이 아직까지도 열려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 일이지요. 지금 제가 머물러 있는 이 길목은 저의 긴 여행길의 출발점밖에는 아닐 겁니다. 저는 더 먼 길로 나아갈 겁니다. 저의 평화를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부족한 선배를 위해 이해와 관용 그리고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주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2011. 7. 24. 주일

제주 교도소에서 송강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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