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5


사무실에 출근하기 시작한 첫 주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기분이 아직은 싫지 않습니다. 죠쉬나는 우리가 사무실을 구하게 된 것을 불안해합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와이콩집에서 떠나 닐라에서 살게 될 까봐 염려합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퇴근시간쯤이면 언제 들어오냐는 죠쉬나의 전화가 옵니다. 한국에서도 학생시절이후로 받아본 적 없는 귀가 독촉 전화를 이 먼 곳에서 받게 될 줄이야 ㅎㅎ 우기가 심해지면 닐라 사무실에서 한 달 정도 살 계획이었는데, 죠쉬나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잘 설명을 해도 언어의 한계로 안심을 주기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꾸미기]미끄럼 사고로 다리를 다침.jpg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슬픈 소식이 있었습니다. RYC에서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사디야씨가 물을 떠 집으로 오는 길에 미끄러져 배수구에 빠져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실 사고는 5일 전에 일어났지만, 아민이 지원가정을 방문한 날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그때 사고 소식을 접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집에 찾아온 아민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깊은 상처가 났지만, 병원에 갈 돈과 약을 살 돈이 없어서 너무 괴롭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상처가 깊은 상태로 5일이 지나면서 봉합을 하기에도 늦었고, 염증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습니다. 아민은 그녀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주사치료와 10일치의 항생제와 진통제등을 받아왔습니다. 그녀는 지금은 다행히 안정을 찾았고 고통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근처에 MSF같은 NGO병원이 가까이 있는 캠프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지역 사람들은 무료로 상처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 곳까지 가야합니다. 찾아간다 하더라도 사람이 너무 많아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은 민간병원에 돈을 주고 가야 하는데 수입활동이 없는 가정들에겐 그 돈은 만만치 않은 돈입니다


[꾸미기]시작된 우기.jpg



[꾸미기]배수로정비가 된 길.jpg


[꾸미기]마을 길 배수로.jpg

이번주에는 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든지 우기를 대비하기 위한 배수로와 도로 정비등으로 바빴는데요. 마침 우리마을의 우기대비 도로정비가 모두 끝난 바로 다음날 정말 억수 같은 비가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비를 맞고 뛰어다니고 저도 신이 나서 우비를 뒤집어쓰고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동안 공사해 놓은 것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나 궁금해서입니다. 마을의 부자분들이 사비로 각자의 구역에 일꾼들을 고용하여 배수로를 정비하고 도로를 높이는 등의 작업을 해왔었는데, 덕분에 큰비에도 홍수피해 없이 물이 잘 빠져나갔습니다. 배수로를 가득 채웠던 쓰레기와 오물들도 비에 말끔히 씻겨 나갔고, 다음날 처음으로 배수로 바닥 색깔도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거기에 빠진 개와 닭 등의 동물들이 죽거나 피부병에 걸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는데, 결국 다른 어딘가에 쓰레기가 모여 있긴 하겠지만 깨끗해진 배수로를 보니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꾸미기]로힝야족이 대피해왔을 길.jpg

[꾸미기]로힝야족은 배를 타고 이곳으로 넘어왔다.jpg


주중에 날씨가 좋은 날에 우리는 국경을 탐방했습니다. 와이콩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사이에 있는 강의 폭이 아주 좁은 곳입니다. 그래서 강가 쪽으로 가면 미얀마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에서 30분정도 걸으면 나오는 곳입니다. 강폭은 아주 좁지만, 와이콩쪽은 정글이 빽빽한 곳이라 미얀마쪽의 사람은 볼 수 없었습니다. 구경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군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대략 여기 왜 왔나요? 우리 초소가 찍혔나요? 무슨 일을 하나요? 등등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그들은 우리 가방을 검사했습니다. 검사하면서 우리에게 총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경찰에게 마약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은 들어봤지만, 총이 있냐는 질문은 살면서 처음이라 어이없음의 웃음이 나왔습니다.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국경에서 정글에 숨어있는 반군들에게 무기를 전달하는 외국인 전달책쯤으로 의심받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상의 나래이긴 했지만, 제 나름 그럴 듯하다 생각하고 머릿속에 총을 되 뇌이며 돌아왔습니다.


[꾸미기]와이콩쪽 미얀마경계로 탐방.jpg



[꾸미기]미얀마 국경으로 가는 길.jpg


[꾸미기]미얀마와 맞닿은 경계.jpg


국경에서 본 미얀마는 정말 가까웠습니다. 옛날에 연변에서 북한을 바라봤던 그 때가 생각나면서 국경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국경은 자기 자신의 현재를 깨닫게 합니다. 가고 싶어도 허가 없이 갈 수 없는 자유롭지 못한 존재임을 말입니다. 그 너머를 그저 바라만 보고 사진으로만 담아도 의심의 대상이 되고 검문을 당해야 하는 이상한 선입니다.

Frontiers를 번역기에 쳐보면 국경지대라고도 나옵니다. 나라가 정한 국경지대를 거부하고 경계에 서서 저 너머의 사람들과 자유로이 연결되는 상상을 해봅니다.


[기도제목]

1.     이번주말 RTS학생들과의 소풍이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준비와 진행하는 과정에 어려움 없도록

2.     우기가 시작되었는데 이곳에 폭우와 홍수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이들이 산사태로부터 안전하도록.

3.     하띠와 아샤가 이곳에서의 활동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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