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난민촌 방문일지

2024.01.11 11:25

관리자 조회 수:22

난민촌 방문일지


지난 1010~ 29일까지 약 3주간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방문이후 약 1년만의 방문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소통했던 학교 교사들과 발룬티어스텝들을 만나서 내년의 사역계획을 나누고 필요한 물건들을 전달하고 학생들과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흔적을 나누고자합니다.


10일 인천 공항을 시작으로 중국의 광저우를 거쳐 10일 자정 즈음 다카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면서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소란이 있었지만, 예정된 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내릴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11일 잠을 충분히 보충하고 오후에 콕스바자르로 가는 버스를 예약하기 위해 압둘라푸르 버스카운터를 향했습니다. 원래 애용하던 버스카운터는 차로 1시간거리였는데, 더 가까운 곳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물어물어 찾아간 곳입니다.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다음 번 방문시에도 이곳을 애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후 6시 출발 버스를 타고 약 12시간정도 가야 하는 먼 길입니다.


난민촌 풍경.jpg

조쉬나 가족과 함께.JPG


설거지를 돕는 아이들.JPG

12일 오전10시반 즈음 목적지인 와이콩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 자벳(현지숙소 집주인)에게 마중을 나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요청에 따라 톰톰(이송수단)과 함께 대기하고있던 자벳을 만나 집까지 비를 맞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습니다. 1년만의 재회라서 많이 자라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아이들은 하나도 자라지 않은 듯 그 대로였습니다. 매년 가지만 매년 자라지 않는 것 같은 아이들을 보면 영양이 부족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오늘 하루는 먼지쌓인 숙소와 집기들을 청소하고 정리한 후 마을사람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RTS 학교 선생님들과함께.JPG

13일 땡깔리라는 곳에서 RTS 교사들과 미팅시간을 가졌습니다. 땡깔리는 사복경찰들이많아 모임하기에 다소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던 곳인데, 교사 아르샷이 알게된 새로운 지하 장소에서 안정적으로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작성한 학생기록부와 내년계약서를 갱신한 후 학생들과의 소풍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요즘 납치이슈가 캠프내에서 화두인데, 이로인해 이전처럼 콕스바자르를 비롯한 야하야 가든과 같은 동물원에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위험에서 아이들을 완전히 보호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먼 곳으로 소풍에 갈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아쉽지만 식사를 하는 것으로 소풍을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RTS 개구장이 학생들과 교사 비랄.jpg영어로 자기소개를 하기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jpg


가장 좋은 옷과 예쁜 화장을하고 온 RTS 여학생들.jpgIMG_1014.JPG


14일 군둠(커스텀이라고도 불리는)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도로로 잇는 국경이 위치한 곳입니다. 이 곳은 이곳에선 보기힘든 넓고 잘깔린 도로가 길게 펼쳐진 곳인데, 로힝야 난민들이 기분전환을 위해 소풍처럼 와서 사진을 찍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는 이곳의 한 식당에서 만나 소풍을 하기로 했습니다. 11시쯤 RTS 5학년 아이들16명을 비롯한 학교운영위원 2명과 교사 3명이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들뜬 표정과 함께 가장 좋은 옷과 부모님의 핸드폰을 빌려 소풍장소에 왔습니다. 각자 자기 이름과 나이를 돌아가며 소개하는데, 별거 아닌 내용이지만, 아주 떨린 목소리의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냈습니다. 그 후로 아이들은 처음만난 외국인에게 자기가 할 줄 아는 모든 영어를 다 사용해 보려는 듯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친구는 수줍게 집에서 적어온 영어로 된 편지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내용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이 소풍과 만남을 기다려왔고 또 얼마나 해변에 가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적혀있었습니다.


난민촌 안에서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바깥세상은 꿈 이자 소원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가까운 식당에 온 것이지만, 이것도 처음 와보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

이니 말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 있다 보면 무엇을 하고싶다, 무엇이 되고 싶다와 같은 미래에 관한 언어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공부를 해도 무엇을 위해 하는 지 알지 못해 좌초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공부해봤자 직장을 가질 수 없고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현실을 좌절하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소풍이라는 작은 경험을 비롯해 난민촌 내에서 접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통해 다른 시도와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RFL LC 학교 교사들과 함께.jpg

15RFL LC 학교 교사들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군둠의 또 다른 식당을 알게 되어 더 크고 예쁘고 편안한 장소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장소에서 소풍을 하기로 했습니다. RFL학교 교사들은 RTS와 달리 젊은 교사들로 구성되어있어 조금더 유연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합니다. 그래서 함께 소풍을 기획할 때 더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RTS 소풍도 좋았지만, RFL소풍은 더 풍성하게 계획 되어 진행되었습니다.



아민의 송별 모임.jpg

16RYC스텝 아민과 누르바샤드를 만났습니다. 이번엔 이전만남들과는 완전 반대방향인 테크나프에서 만남을 갖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캠프에서 살고 있는 두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길이 정비되지 않아 멀고 험한 길을 가야 합니다. 허리가 끊어질듯할 때쯤 테크나프 한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아민에게 생긴 기쁜소식을 전합니다. 아민의 가족 전부가 미국으로 분산 배치될 기회를 얻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매년 2천여명정도의 난민들을 제3국으로 재배치 하는데 이에 선정된 것입니다. 우리는 만나서 이 소식을 나누며 축하와 기쁨, 헤어짐의 슬픔과 아쉬움을 나눴습니다. 아민은 눈물을 흘리며 그간 함께 했던 시간이 감사했음을 표현해주었고, 누르바샤드는 아민이 떠난 후 혼자 남게 될 난민촌에서의 쓸쓸함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습니다. 기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대화에서 우리는 모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로힝야 여성들이 만든 자수브로치.jpg여성들이 직접그린 집 그림 도안으로만드는 자수브로치.jpg

재봉틀 13대를 싣고 십자수모임 여성들의 집으로.JPG십자수모임 여성참가자에게 재봉틀 전달완료.jpg

18일 우리가 이곳에 온 또다른 목적 중하나는 자수프로젝트의 완수를 위해서입니다. 지난 3월부터 손으로 직접 자수를 놓고 있던 13명의 여성들에게 재봉틀과 자수작품을 교환해 주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원래는 자수를 한국에서 팔아 마련한 돈으로 이후에 재봉틀을 구입해 제공하려 했지만, 감사하게도 이미 이에 관한 모금이 먼저 완료되어 바로 드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쿠투팔롱이라는 아주 큰 마켓에 가서 재봉틀 흥정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누르까말(RFL교사)과 함께 했는데, 결국 1대에 약 75천원정도의 가격에 13대의 재봉틀을 구매했습니다. 한대 한대가 아주 크고 무거워서 난민촌 입구로 직접 가족들이 나와서 물건을 전달 받기로 하였습니다. 한 친구는 재봉틀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적어주었는데, 자신이 정말 열심히 자수를 놓았고, 재봉틀이 생긴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는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이 자수는 한국으로 가져와 내년 자수 프로젝트 후원금마련을 위해 판매하려고 합니다. 구입을 원하시면 연락주세요~!)


RFL LC 학교 단체사진.jpg멋진 배경에서 함께 사진.JPG

즐거운 놀이.jpg전력을 다해 허벅지 씨름.jpg

소풍 식사시간의 아이들.JPG

19,21RFL학교 아이들은 7학년 8학년 16~18세의 청소년들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납치의 위험에서 조금 더 자유로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장소도 이전보다 업그레이드 되어 거의 식당 전체를 전세 내고 사용할 수 있어 더욱 편안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레크리에이션도하고, 스피치대회, 상식퀴즈, 노래자랑, 춤자랑 등등 많은 것들을 했습니다. 오전 10시에 만나 오후 4시에 헤어질 정도로 열정적인 만남이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RTS 졸업생들.JPG

20RTS졸업생중 4명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졸업생 중 3명은 아직 학업을 이어가고 있고 몇몇은 NGO에 취업하여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몇몇은 해외로 밀입국을 통해 난민촌을 탈출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만난 아이 중 한 명도 콕스바자르에서 여권을 만들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난민촌을 탈출하는 것은 이 세대 아이들에게 가장 큰 관심이자 목표입니다. 성공한 이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들은 위험한 도박 같은 확률에 몸을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선택을 강요하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난민촌의 모든 환경자체가 최선은 이것이라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RYC 아민의 집에서 마지막 식사.JPG

23RYC가 있는 나야빠라 난민캠프에 방문했습니다. 다른 곳은 경계가 심해 허가없이 들어갈 수 없지만, 이곳은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유로워 따로 허가 받지 않고도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민의 집에 가서 어머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어머님이 노환과 심장병이 있어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미국에 가시려면 고된 일정을 소화하셔야하는데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아민의 걱정이 많습니다. 오랜만에 아민이 직접 만들어준 커리를 먹었습니다. 아민은 정말 대단한 요리사입니다. 언제나 집에 방문하면 직접 요리해서 맛의 격이 다르게 느껴지는 커리를 대접해줍니다. 아민과의 마지막 만찬과 이야기를 나눈 후 누르바샤드의 집에 잠깐 들렸습니다.


RYC 누르바샤드와 딸 비비.JPG

누르바샤드는 정말 성실하고 실력있는 의사입니다. 그는 지역 병원에 의사대신 거의 모든 진료와 처방을 맡아서 하지만, 로힝야 의사이기 때문에, 일당을 받고 하루만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도 그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면 자신도 편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그가 병원에 오래 남아 주길 바랍니다. 만약 그가 방글라데시시민권이 있었다면 개인 병원을 열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신분증을 사거나 속여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사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의 학생들은 그것도 불가능 해져 다음세대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동생도 방글라데시학교에 다녔는데, 졸업시험을 하루 앞두고 교사가 시험을 보려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촌장의 방글라데시인이라는 인증서를 받아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동생은 결국 모든 학교 과정을 배웠지만, 졸업시험에 응시하지 못해 졸업증서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학비로 모든 돈은 다 받아내고 졸업증은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일을 벌인 것입니다. 난민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 이 상태로 난민의 법적지위도 인정받지 못하고, 자유가 제한 당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비랄과 동생 아노스와의 만남.JPG

25RTS교사 비랄과 그의 동생 아노스를 마지막으로 만났습니다. 아노스의 방황에 조언을 바라는 요청이 있었기 떄문입니다. 비랄은 어머니 없이 동생을 직접 돌보아 키웠습니다. 그는 아무 배경도없이 스스로 영어를 공부하고 실력을 갖춰 지금의 삶을 이뤄내었지만, 자신의 동생은 한방의 인생역전을 꿈꾸며 하루하루 실력을 쌓아가고 작은 것을 이뤄내는 것을 가치 없게 여깁니다. 큰돈이 한번에 생겨 친구들처럼 말레이시아로 탈출하기만을 바랍니다.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하나 둘씩 해내어 가는 것의 중요성과 동생을 향한 형의 진심 어린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할 수 있는 말을 해 주었지만, 아노스가 받아들이고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을 지는 미지수인 것 같습니다.



3주가 너무나 짧게 지나가버렸습니다. 지면이 모자라 다 적지 못한 이야기가 많지만, 중요한 만남들을 적었습니다. 그곳에 가게 되면 중요한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 방문에는 저뿐만아니라 사람들을 모아 함께 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관심으로 이 친구들의 삶을 지지해주시고 지켜봐주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힝야난민촌 파견 활동보고&장기파견 파송식 초대장 개척자들 2022.04.29 135
공지 <로힝야 목소리 수놓기 : 그리운 집>을 소개합니다. 관리자 2021.09.03 823
공지 2020. 06.20 세계난민의 날 로힝야에서 온 편지 개척자들 2020.06.20 177
공지 2019년 개척자들 평화캠프가 열립니다 관리자 2019.04.26 396
공지 2019년 로힝야 긴급구호 후원요청 개척자들 2019.02.21 231
공지 [긴급구호-로힝야 부족] 로힝야 부족의 생명을 살립시다. 개척자들 2017.11.28 244
» 2023년 10월 난민촌 방문일지 file 관리자 2024.01.11 22
105 2022년 9월 25일 방글라데시 로힝야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9.29 89
104 2022년 9월 19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9.20 65
103 2022년 9월 11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개척자들 2022.09.12 86
102 2022년 9월 4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개척자들 2022.09.12 56
101 2022년 8월 29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개척자들 2022.09.12 44
100 2022년 8월 22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8.27 57
99 2022년 8월 15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8.26 47
98 2022년 8월 8일 로힝아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8.09 56
97 2022년 8월 1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8.01 52
96 2022년 7월 25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7.25 49
95 2022년 7월 17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7.17 54
94 2022년 7월 11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7.13 62
93 2022년 6월20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22 69
92 2022년 6월13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14 58
91 2022년 6월 5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6.06 58
90 2022년 5월 30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30 53
89 2022년 5월 24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25 59
88 2022년 5월 15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16 61
87 2022년 5월 8일 로힝야 난민촌에서 온 소식 file 샘터마마 2022.05.09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