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에서 소식을 전합니다(20220419)


샘터에서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있습니다.

하얗던 목련이 홀연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떨어진 목련이 싫지 않네요. 예전엔 떨어진 목련들이 지저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지금은 짙어지는 고동색의 꽃잎도 예뻐 보입니다. 자신의 할 일을 다한 자부심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저의 늙어가는 모습과 한 세월을 사신 노년의 부모님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도요... 기분 좋은 꽃비들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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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이곳 저곳 텃밭을 만드는 일도 진척이 있습니다.

처음 한 주간은 부모님이 자꾸 물으시는 것, 두 분을 쫓아다니는 것, 같은 말을 반복하여 말하는 것, 사무실에 앉아 있을 시간을 낼 수 없는 것들이 겹치면서 갑자기 짜증이 났습니다. 그리고 짜증이 나는 제 자신에 놀라면서 지금 내가 짜증 낼 상황인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참 선하신 분들이셨습니다. 평생을 이른 새벽에 일어나 일을 시작하셨고 밤늦게 들어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다섯 자녀의 뒤치닥꺼리를 하셨습니다. 가끔은 새벽 두 시가 넘어야 빨래가 끝났습니다. 엄마와 함께 빨래를 하면 아무리 많은 빨래도 끝이 납니다. 밀려 쌓이는 빨래를 엄마와 함께 하게 되는 날을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가게에서 함께 일하시는 분들을 우리 가족보다 더 챙기시는 아빠 때문에 엄마는 불만이 많으셨지만 그런 아빠이기 때문에 믿고 신뢰를 보내시는 분이시기도 하셨습니다. 가족끼리 외식을 하지도 소풍을 간 기억도, 뭔가 함께 웃었던 기억도 없지만 서로 싸우시거나 자녀들에게 손찌검을 하신 기억도 없습니다.


[꾸미기][꾸미기]벚꽃눈을 맞으시는 사하자 부모님.jpg

창틀 청소르 하시는 아버님.jpg


가끔 길에서 만난 노숙자를 데리고 오면 혼내지 않으시고 좁은 집이지만 잘 곳을 마련해 주셨고 먹을 것을 나누는 것에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이 없어 학교 가기가 난감했지만 가난하다는 느낌없이 살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꾸미기][꾸미기]사하자 사무실.jpg


이제 제가 두 분의 뒤치다꺼리를 해줄 수 있는 이 귀한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샘터에 오시라고 해놓고 일주일이 지나자 이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인가! 하는 의심과 염려를 잔뜩 안고 있으니 짜증이 났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모님 역시, 샘터에 오신 손님으로 환대의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함께 샘터를 가꾸고 그분들의 남은 여생을 가꾸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좋고 따뜻한 시간들을 만들어 갈 결심을 다시 해 봅니다. 지혜가 필요합니다.

 

[기도제목]

1.     샘터가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재충전의 장소가 되도록

2.     부모님과 시작하는 샘터 생활이 따뜻한 시간들로 채워 나가도록

3.     세기모와 샘터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4.     샘터의 준공 절차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